세조대왕(世祖大王)의 일찍이 따님 한 분을 두었으니 그는 어려서부터 덕성(德性)이 갸륵하고 시비곡직을 판단하는 두뇌가 매우 명석하였다.세조가 수양대군(首陽大君)으로 있을 때에 우리나라 삼천리강산을 독차지하고 싶은 정치적 욕망을 가지고 아무 죄과도 없이 정승 김종서(金宗瑞) 부자와 황보인(皇甫仁) 등을 죽이고, 이어서는 또 그 조카인 단종대왕(端宗大王)과 그를 옹호하는 여러 대군(大君), 그의..
세조대왕(世祖大王)의 일찍이 따님 한 분을 두었으니 그는 어려서부터 덕성(德性)이 갸륵하고 시비곡직을 판단하는 두뇌가 매우 명석하였다.세조가 수양대군(首陽大君)으로 있을 때에 우리나라 삼천리강산을 독차지하고 싶은 정치적 욕망을 가지고 아무 죄과도 없이 정승 김종서(金宗瑞) 부자와 황보인(皇甫仁) 등을 죽이고, 이어서는 또 그 조카인 단종대왕(端宗大王)과 그를 옹호하는 여러 대군(大君), 그의..
주인공 경수는 거울에 비치는 아내와 자기 자신의 늙은 얼굴과 헤질구레한 옷을 통하여 과거의 세계를 돌아보면서 지나온 세월을 덧없는 애상으로 회고한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세계의 무기력한 자아를 드러낸다. ……눈 아래 기미가 걱정이다. 이놈의 기미가 훨쩍 벗어야 돈이 생길라는가 보다고, 낯 씻고는 수건으로 문지르면 여간 세게 문질렀나. 요놈을 없앨 도리가 없느냐고, 좋은 약이 없느냐고, ..
주인공 경수는 거울에 비치는 아내와 자기 자신의 늙은 얼굴과 헤질구레한 옷을 통하여 과거의 세계를 돌아보면서 지나온 세월을 덧없는 애상으로 회고한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세계의 무기력한 자아를 드러낸다. ……눈 아래 기미가 걱정이다. 이놈의 기미가 훨쩍 벗어야 돈이 생길라는가 보다고, 낯 씻고는 수건으로 문지르면 여간 세게 문질렀나. 요놈을 없앨 도리가 없느냐고, 좋은 약이 없느냐고, ..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에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의 진중에는 우리나라 사람 통역(通譯)에 김모(金某)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나이 아직 이십 세 내외에 불과하였으나 인물이 천하 미남자로 잘 생기고, 말재주가 능하여 얼마 배우지 않았건만 명나라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하고, 성질이 또한 기민하고 영리하니, 이여송이 특별히 사랑하고 귀여워하여 밤과 낮으로 잠시라도 옆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에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의 진중에는 우리나라 사람 통역(通譯)에 김모(金某)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나이 아직 이십 세 내외에 불과하였으나 인물이 천하 미남자로 잘 생기고, 말재주가 능하여 얼마 배우지 않았건만 명나라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하고, 성질이 또한 기민하고 영리하니, 이여송이 특별히 사랑하고 귀여워하여 밤과 낮으로 잠시라도 옆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
김우항(金宇杭)은 숙종대왕(肅宗大王) 때의 유명한 정승이다.그가 노년에는 일국의 정승이 되어 한 사람 앞에서나 만 명이 모인 앞에서나 삼천리강산을 손에다 폈다 쥐었다 하며 서슬이 푸르게 되어 잘 지냈지만 소년 시절로부터 중년 시절에 이르기까지는 아주 곤궁하기 짝이 없어 그야말로 세끼의 밥도 잘 얻어먹지 못하고 집도 다 허물어진 삼간초옥(三間草屋)에 풍우를 가리지 못하며 옷은 또 현순백결(懸&..
김우항(金宇杭)은 숙종대왕(肅宗大王) 때의 유명한 정승이다.그가 노년에는 일국의 정승이 되어 한 사람 앞에서나 만 명이 모인 앞에서나 삼천리강산을 손에다 폈다 쥐었다 하며 서슬이 푸르게 되어 잘 지냈지만 소년 시절로부터 중년 시절에 이르기까지는 아주 곤궁하기 짝이 없어 그야말로 세끼의 밥도 잘 얻어먹지 못하고 집도 다 허물어진 삼간초옥(三間草屋)에 풍우를 가리지 못하며 옷은 또 현순백결(懸&..
때는 바로 조선 숙종시대(肅宗時代)였다. 전라남도 광주 땅에는 고유(高庾)라 하는 늙은 총각이 있었으니 그는 본래 선조시대(宣祖時代)에 문장으로 또는 충신으로 유명하던 고제봉 경명 선생(高霽峰敬命先生)의 후예로 대대 문벌도 상당하였고 생활도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지만은 그가 열한 살 안팎 될 시절에 와서는 가운(家運)이 아주 기울어지게 되어 그의 부친이 남의 빚보증을 하였던 관계로 가산..
때는 바로 조선 숙종시대(肅宗時代)였다. 전라남도 광주 땅에는 고유(高庾)라 하는 늙은 총각이 있었으니 그는 본래 선조시대(宣祖時代)에 문장으로 또는 충신으로 유명하던 고제봉 경명 선생(高霽峰敬命先生)의 후예로 대대 문벌도 상당하였고 생활도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지만은 그가 열한 살 안팎 될 시절에 와서는 가운(家運)이 아주 기울어지게 되어 그의 부친이 남의 빚보증을 하였던 관계로 가산..
갑오(甲午) 동학란(東學亂)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있는 뒤로 제일 큰 민중운동이었다. 조금 멀리 말하면 고려 말의 이태조 기병(起兵)과 신라 말의 견훤 궁예 왕건 등의 봉기와 가까이 말하면 이괄 홍경래 등의 궐기가 다 같이 그 당시의 현상에 대한 혁명운동이 아님이 아니었으나 그런 운동의 대개는 주모자의 영웅 심리와 거기에 뒤따르는 사람들의 정권욕에 의하여 일어나며 또 결과를 맺은 것으로서 거기..
갑오(甲午) 동학란(東學亂)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있는 뒤로 제일 큰 민중운동이었다. 조금 멀리 말하면 고려 말의 이태조 기병(起兵)과 신라 말의 견훤 궁예 왕건 등의 봉기와 가까이 말하면 이괄 홍경래 등의 궐기가 다 같이 그 당시의 현상에 대한 혁명운동이 아님이 아니었으나 그런 운동의 대개는 주모자의 영웅 심리와 거기에 뒤따르는 사람들의 정권욕에 의하여 일어나며 또 결과를 맺은 것으로서 거기..
화룡이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난하여 상여도 없이 빚을 내어 쓸쓸히 장례를 치른다. 그 후 화룡과 어머니는 극도의 근검절약으로 가난을 겨우 벗어난다. 그러다 화룡의 어머니가 병이 든다. 앓아누워서도 눈이 오기를 고대한다. 눈이 내려야 보리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눈이나 좀 왔으면 좋으련마는, 쪽빛 하늘서 바람만 쌀쌀 내려치는 강추위였다. 화톳불을 놓기는 놓았다지만, 이 산 저..
화룡이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난하여 상여도 없이 빚을 내어 쓸쓸히 장례를 치른다. 그 후 화룡과 어머니는 극도의 근검절약으로 가난을 겨우 벗어난다. 그러다 화룡의 어머니가 병이 든다. 앓아누워서도 눈이 오기를 고대한다. 눈이 내려야 보리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눈이나 좀 왔으면 좋으련마는, 쪽빛 하늘서 바람만 쌀쌀 내려치는 강추위였다. 화톳불을 놓기는 놓았다지만, 이 산 저..
광해군(光海君) 15년 계해(癸亥) 서기 1623년 3월 15일 밤에 청천벽력 같이 일어난 인조반정(仁祖反正)의 정변은 그 전날에 세조(世祖)가 단종(端宗)을 쫓아내고 자기가 왕위(王位)에 들어서던 소위 세조반정(世祖反正)과 또 중종(中宗)이 연산군(燕山君)을 몰아내고 대신 임금이 되던 중종반정(中宗反正)과 아울러서 조선 역사상 삼대 정변으로 큰 정변들이었다.그 반정운동(反正運動)에 표면에 ..
광해군(光海君) 15년 계해(癸亥) 서기 1623년 3월 15일 밤에 청천벽력 같이 일어난 인조반정(仁祖反正)의 정변은 그 전날에 세조(世祖)가 단종(端宗)을 쫓아내고 자기가 왕위(王位)에 들어서던 소위 세조반정(世祖反正)과 또 중종(中宗)이 연산군(燕山君)을 몰아내고 대신 임금이 되던 중종반정(中宗反正)과 아울러서 조선 역사상 삼대 정변으로 큰 정변들이었다.그 반정운동(反正運動)에 표면에 ..
신라(新羅)의 찬란한 황금시대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계림황엽(鷄林黃葉)에 불어들기 시작하여 제51대 왕 진성여왕(眞聖女王) 시대에 이르러서부터는 간신(奸臣)이 조정에 가득하여 나라의 기강이 날로 문란하고 겸하여 흉년이 연달아 드니 백성이 모두 유리분산하고 사방에 도적의 무리가 벌떼같이 일어났다.그러한 때를 타서 신라에는 두 사람의 큰 괴걸(怪傑)이 일어나 천하를 남북으로 갈..
신라(新羅)의 찬란한 황금시대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계림황엽(鷄林黃葉)에 불어들기 시작하여 제51대 왕 진성여왕(眞聖女王) 시대에 이르러서부터는 간신(奸臣)이 조정에 가득하여 나라의 기강이 날로 문란하고 겸하여 흉년이 연달아 드니 백성이 모두 유리분산하고 사방에 도적의 무리가 벌떼같이 일어났다.그러한 때를 타서 신라에는 두 사람의 큰 괴걸(怪傑)이 일어나 천하를 남북으로 갈..
6년 만에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아내를 발견한다. 그러나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본다. 무기력한 자아. 나의 세계의 일부분이었던 아내마저도 관여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자기 폐쇄의 세계, 방관자의 자세는 바로 지식인의 좌절과 체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젊은 여인! 어여쁜 여인이었다고! 천만 뜻밖이었다고! 눈알맹이만 못 보았지, 코, 입, 이마, 귀, 왼쪽 귀밑에..
6년 만에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아내를 발견한다. 그러나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우지도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본다. 무기력한 자아. 나의 세계의 일부분이었던 아내마저도 관여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자기 폐쇄의 세계, 방관자의 자세는 바로 지식인의 좌절과 체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젊은 여인! 어여쁜 여인이었다고! 천만 뜻밖이었다고! 눈알맹이만 못 보았지, 코, 입, 이마, 귀, 왼쪽 귀밑에..
우리나라에서 역대 장님 중에서 제일가는 명복(名卜)은 아마 세조(世祖) 때의 홍계관(洪繼寬)일 것이다.그 장님은 어찌나 점을 잘하였던지 무슨 일이나 백발백중으로 다 맞췄는데 특별히 사람의 신수점을 하는 데는 더욱 신통하여 일생의 길흉(吉凶) 화복(禍福)을 그야말로 척척 맞춰내니 누구나 다 감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차상찬 선생은 한국 근대사에서 아주 드믄 언론·출판계의 거목이었고 야인의..
우리나라에서 역대 장님 중에서 제일가는 명복(名卜)은 아마 세조(世祖) 때의 홍계관(洪繼寬)일 것이다.그 장님은 어찌나 점을 잘하였던지 무슨 일이나 백발백중으로 다 맞췄는데 특별히 사람의 신수점을 하는 데는 더욱 신통하여 일생의 길흉(吉凶) 화복(禍福)을 그야말로 척척 맞춰내니 누구나 다 감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차상찬 선생은 한국 근대사에서 아주 드믄 언론·출판계의 거목이었고 야인의..
황폐화된 농촌의 현실을 떠나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해보려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먹고 살기 위해 만주땅으로 떠난지 20년 만에 더 나아지지 않은 모습으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남진’ 부부의 비극적이고 쓸쓸한 삶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남편의 검정 두루마기도, 아내의 검정 두루마기도, 동정은 다 검은 때가 올랐다. 두루마기 아래로 처진 치마 자락에..
황폐화된 농촌의 현실을 떠나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해보려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먹고 살기 위해 만주땅으로 떠난지 20년 만에 더 나아지지 않은 모습으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남진’ 부부의 비극적이고 쓸쓸한 삶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남편의 검정 두루마기도, 아내의 검정 두루마기도, 동정은 다 검은 때가 올랐다. 두루마기 아래로 처진 치마 자락에..
흉흉한 인심이 안개와 어우러져 있는 서울.시골에 흉년이 들자 관중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안개 낀 거리를 걷는다. 그를 유혹하는 사기꾼. 우연히 만난 고향 친구. 사기꾼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갈 곳 없는 고향 친구들 만나도 인사치례만 하고 그냥 보내는 서울의 인심은 너무나도 흉흉하다.…… 그는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사나이의 얼굴을 잠깐 살펴보았다. 윗수염을 기르기는..
흉흉한 인심이 안개와 어우러져 있는 서울.시골에 흉년이 들자 관중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안개 낀 거리를 걷는다. 그를 유혹하는 사기꾼. 우연히 만난 고향 친구. 사기꾼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갈 곳 없는 고향 친구들 만나도 인사치례만 하고 그냥 보내는 서울의 인심은 너무나도 흉흉하다.…… 그는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사나이의 얼굴을 잠깐 살펴보았다. 윗수염을 기르기는..
숯골 영감의 아들 영완은 영감의 소망인 학문도 이루지 못하고 후손도 보지 못한 채 50줄에 들어선다. 영완이 염병을 앓아누운 후, 영감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영감이 죽은 그 이튿날 새벽에 아들 영완도 죽는다. 먼 일가들은 양자 문제로 초상집에서 서로 다툰다. 숯골 영감의 재산을 노리고 서로 자기 아들을 양자로 들이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안방에 모셨고, 아들은 윗방으로 옮기었다..
숯골 영감의 아들 영완은 영감의 소망인 학문도 이루지 못하고 후손도 보지 못한 채 50줄에 들어선다. 영완이 염병을 앓아누운 후, 영감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영감이 죽은 그 이튿날 새벽에 아들 영완도 죽는다. 먼 일가들은 양자 문제로 초상집에서 서로 다툰다. 숯골 영감의 재산을 노리고 서로 자기 아들을 양자로 들이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안방에 모셨고, 아들은 윗방으로 옮기었다..
여태까지 세상 사람이 천하 미인이요 열녀(烈女)라고 떠들어대는 춘향이를 지금에 와서 그가 미인이었느냐 아니었느냐 하고 논란하는 것도 역시 실없는 일 같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춘향이를 꼭 실재의 인물로 생각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남원(南原) 땅에 가서 고적(古蹟) 조사를 하고, 어느 해 여름에는 남원의 기생(妓生)들이 군청에서 광한루(廣寒樓)를 수리하는 기회를 타서 마치 진주(晋州)의 기..
여태까지 세상 사람이 천하 미인이요 열녀(烈女)라고 떠들어대는 춘향이를 지금에 와서 그가 미인이었느냐 아니었느냐 하고 논란하는 것도 역시 실없는 일 같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춘향이를 꼭 실재의 인물로 생각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남원(南原) 땅에 가서 고적(古蹟) 조사를 하고, 어느 해 여름에는 남원의 기생(妓生)들이 군청에서 광한루(廣寒樓)를 수리하는 기회를 타서 마치 진주(晋州)의 기..
조선 숙종(肅宗) 시절에 공의 명은 태보(泰輔)요, 자는 사원(士源)이니 충심이 백일을 꼬이는 지라 숙종대왕이 중전 인현왕후(仁顯王后) 민 씨(閔氏)를 폐위하신 후 희빈 장 씨(禧嬪張氏)를 올려 왕비를 삼으려 하시니 간특한 소인들은 상의 뜻을 맞추고 충직(忠直)한 신하 간하는 자 있으면 상이 진노하셔서 참화(慘禍)를 입었더라. 기사(己巳) 4월 24일은 중전 탄일이니, 이날 백관(百官)과 백..
조선 숙종(肅宗) 시절에 공의 명은 태보(泰輔)요, 자는 사원(士源)이니 충심이 백일을 꼬이는 지라 숙종대왕이 중전 인현왕후(仁顯王后) 민 씨(閔氏)를 폐위하신 후 희빈 장 씨(禧嬪張氏)를 올려 왕비를 삼으려 하시니 간특한 소인들은 상의 뜻을 맞추고 충직(忠直)한 신하 간하는 자 있으면 상이 진노하셔서 참화(慘禍)를 입었더라. 기사(己巳) 4월 24일은 중전 탄일이니, 이날 백관(百官)과 백..
…… “호호호. 죽었오, 나는 죽고 말었오!” …… 내 본래 가지고 간 병을 원수가 고쳐 주지 않았다는 걸 원망이오, 천만에! 내 어찌 원수를 은인 만들려 욕 보았겠오. 그랬으면 내 죽었겠오? 보지 않었오. 시퍼런 뱀 감기듯한 내 넓적다리를 보지 않었오. 당신은 머리를 돌리었지요. 인정에 차마 똑바로 보들 못하였든 게지요. 치만 내 살을 그토록 회쳐 논 건 누구며 이것을 차마 못 본 건 누구..
…… “호호호. 죽었오, 나는 죽고 말었오!” …… 내 본래 가지고 간 병을 원수가 고쳐 주지 않았다는 걸 원망이오, 천만에! 내 어찌 원수를 은인 만들려 욕 보았겠오. 그랬으면 내 죽었겠오? 보지 않었오. 시퍼런 뱀 감기듯한 내 넓적다리를 보지 않었오. 당신은 머리를 돌리었지요. 인정에 차마 똑바로 보들 못하였든 게지요. 치만 내 살을 그토록 회쳐 논 건 누구며 이것을 차마 못 본 건 누구..
주인공은 섣달그믐을 맞이하여 무엇인가 해보려 한다. 그러나 그 결심이라는 것이 자신의 외부세계로 나아가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 머물러 오히려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로 움츠려들고 마는 것이다.…… 인수가 찾는 오늘의 진리란, 그러므로, 어제서 온 구속도 아니요,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굽힘도 아닌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인생, 오늘의 예..
주인공은 섣달그믐을 맞이하여 무엇인가 해보려 한다. 그러나 그 결심이라는 것이 자신의 외부세계로 나아가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 머물러 오히려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로 움츠려들고 마는 것이다.…… 인수가 찾는 오늘의 진리란, 그러므로, 어제서 온 구속도 아니요,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굽힘도 아닌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인생, 오늘의 예..
때는 바로 조선 인조대왕(仁祖大王) 시대였다. 해주 정씨(海州鄭氏) 중에 정효준(鄭孝俊)이라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전날 문종대왕(文宗大王)의 사위 되는 영양위 정종(寧陽尉鄭棕)의 현손(玄孫)이었다. 보통 때와 같으면 영양위는 일국의 부마(駙馬)이니 평생에 부귀영화를 만족하게 누릴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자손들까지도 남부럽지 않게 좋은 벼슬도 얻고 세력도 상당하였을 것이지마는 시대를 잘못타..
때는 바로 조선 인조대왕(仁祖大王) 시대였다. 해주 정씨(海州鄭氏) 중에 정효준(鄭孝俊)이라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전날 문종대왕(文宗大王)의 사위 되는 영양위 정종(寧陽尉鄭棕)의 현손(玄孫)이었다. 보통 때와 같으면 영양위는 일국의 부마(駙馬)이니 평생에 부귀영화를 만족하게 누릴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자손들까지도 남부럽지 않게 좋은 벼슬도 얻고 세력도 상당하였을 것이지마는 시대를 잘못타..
석양(夕陽) 때에 장백산(長白山)으로 부터 쇠막대기를 끌고 중[僧] 하나가 내려오다가 장자부(張子富)의 집 앞마당에 이르자 목탁 소리를 딱딱 내면서 염불을 외운다.고깔 쓰고 장삼 입은 청초한 그 모양과, 제비가 하늘에서 우는 듯한 낭랑한 그 목소리와, 백팔염주(百八念珠)를 달그락 달그락 헤아리는 그 모양이 마치 선간(仙間)에서 내려온 것 같다.…… -차상찬 선생은 한국 근대사에서 아주 드믄 ..
석양(夕陽) 때에 장백산(長白山)으로 부터 쇠막대기를 끌고 중[僧] 하나가 내려오다가 장자부(張子富)의 집 앞마당에 이르자 목탁 소리를 딱딱 내면서 염불을 외운다.고깔 쓰고 장삼 입은 청초한 그 모양과, 제비가 하늘에서 우는 듯한 낭랑한 그 목소리와, 백팔염주(百八念珠)를 달그락 달그락 헤아리는 그 모양이 마치 선간(仙間)에서 내려온 것 같다.…… -차상찬 선생은 한국 근대사에서 아주 드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