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번 전람회에 출품하려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동안(그로 하여금 그 그림에 온힘을 쓰게 하려고) 찾아가지도 않았다. 그러 나 이 날은 너무 갑갑하고도 궁금도 하여 참다 못하여 찾아갔다. 인젠 다 그렸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그의 화실을 들어서서 보매 그는 그림은 그리지 않고 캔버스 앞에 머리를 수그리고 앉아 있었다. 누가 들어오지는 나가는지도 모르고……. “○.” 나는 가만히 그를 찾았다. 그는 펄떡 놀라면서 천천히 머리를 들어서 나를 보고 교자를 손가락질 한다. “다 그렸나?” “네.” “어디 몸이 편찮은가?” “머…….” 그는 대답하기도 시끄러운 듯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하얗게 된 그의 낯에서는 고민과 괴로움과 미움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가까이 가서 그의 머리를 짚어 보았다. 즉 그는 시끄러운 듯이 내 손을 밀어 버리고 머리를 저편으로 돌리고 말았다. “○! 왜그래!” 나는 다시 그를 찾았다. 그는 힐끗 곁눈으로 나를 보더니 곧 일어서서 쾌활히 “에 머리 아파!” 하면서 담배를 꺼내어 내게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거짓 쾌활임을 알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확실히 어떤 괴로움이 있었다. “이 그림 좀 봐 주십쇼.” 그는 나를 이끌고 그림 앞에 가 섰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같이 멈칫 섰다.
9791130326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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