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붓끝은 날마다 흰 종이 위를 갈(耕)며 나간다. 한 자루의 붓 그것은 우리의 쟁기(犁)요 유일한 연장이다. 거치른 산기슭에 한 이랑(畝)의 화전을 일려면 돌부리와 나무등걸에 호미 끝이 부러지듯이 아아 우리의 꿋꿋한 붓대가 그 몇 번이나 꺾였었던고! 이것은 3년 전에 출판을 하려다가 암장(暗葬)을 당한 시집원고 중 〈필경〉이란 시의 제1연이다. ‘필경사(筆耕舍)’란 그 시의 제목을 떼어다가 이른 바 택호를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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