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겟작대기만큼씩이나 한 구렁이가 득실거리는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며 ‘사람 살리라’고 고함고함 치다가 잠을 깨고 나니 정말 억수처럼 비가 쏟아진다. 얼마를 오려는지 천둥을 한다 번개를 친다 호들갑을 떨고 야단이다. 첨지는 벌떡 일어나는 길로 문을 열어젖히었다. 어느 때나 되었는지 세상은 괴괴하고 오직 빗소리만이 억척스럽다. “허, 이거 너무 과히 오시는군.” 첨지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누웠던 머리맡에서 대와 쌈지를 더듬는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또 한마디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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