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치면 벌써 삼십 년이나 되었고 보니 ‘전설’이 되어버린 지도 오랬어야 할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반년 동안 질질 끌어오던 그 일이 규정이 나서 오늘 열시에는 쌍방의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미 다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쯤 된 지금 와서 툭 튕겨진다는 것부터가 도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허, 이거 또 큰일났소그려.” 무슨 도리나 없을까 싶어 훈의 얼굴만 멀거니 쳐다보고 앉았던 민은 훈이가 들여다보던 호출장을 내던지고 다다미 위에 벌떡 나가자빠지는 것을 보더니, 할아버지 안경을 깨어먹은 손주놈처럼 숨도 크게 못 쉬고 왼손바닥에다 오른손 손가락들을 돌돌 말아넣고서 뱅뱅 돌리고만 앉았다. 따분한 경우를 당할라치면 으레껏 하는 민의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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