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일이었다. 오늘부터 시험을 보러 가야 할 작은 놈이 간밤에 어디를 가서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느 학기시험이 아니다. 옛날 과거하기보다도 더 힘이 든다는 입학시험을 보아야 할 날에 이 꼬락서니다. 그나마 간밤에만 알았더라도 어디 찾아라도 보았을 것을 아침에서야 떡 그런 소리다. 인수가 안 들어왔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가 간밤 술이 채 깨지도 않은 준의 귀에 들려왔을 때도 그는 꿈을 꾸고 있거니 했던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말소리가 현숙의 음성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현숙이가 지금 이 집안에 있을 리가 만무한 노릇이었다. 현숙은 지금쯤 저의 소원대로 평양에서 여판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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