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속아 산다는 세상이기로 ‘ 요같이 속이고 요같이 가증하게도 속아 산다는 말이냐?’ 김철은 그래도 오늘 안으로 무엇을 찾을까하고 무슨 직업을 행여나 붙잡을까 하고 온종일 쏘다녔으나 역시 전일과 마찬가지로 빈주먹만 쥐고 자기 집대문 안을 들어서며 무엇을 한껏 원망하는 듯이 힘있게 부르짖었다. 오늘 아침에도 집밖을 나올 때에는 온갖 희망을 한아름 안고서 나오기는 나왔으나 이제 와서는 모두다 절망의 구렁텅이로 보기 좋게 빠지고 말았다. 그래 말이 안나올 만치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야 설마 무슨 빛이 안 보일라고… 조그만 벌이라도 생길터이지.’ 하고 서울바닥을 미친개 모양으로 허구헌날 쏘다녀 보았으나 오늘까지 밥벌이를 붙잡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였다. 가는 곳마다 모조리 거절을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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