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이 아버지는 해 저물 무렵에야 점심겸 저녁겸 얼러서 막걸리 한사발에다 국 한 그릇을 받아먹은 것이 시장해 그랬던지 머리가 띵하고 눈이 개개 풀리기 시작해 전신이 착 까부러지고 꼬박꼬박 졸려옴을 견디다 못해서 한칸이라고 해도 넓은 반 칸통밖에 안되는 움파리같은 벽문방 한 귀퉁이에 쓰러져 세상모르고 새우등 잠을 자다가 “인력거!” 하고 부르는 바람에 곤하게 들었던 잠을 소스라쳐 깨었다. 허나 자기 차례는 아니라고 스스로 짐작하였다. 곁에 누웠던 춘보는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네!” 하고 방문을 왈칵 열며 밖으로 나갔다. 갓난아버지도 겉묻어 일어나 눈을 손등으로 비비고 한편 구석 벽에 오도카니 걸려있는 군데군데 찌그러지고 녹이 슬고 벗겨지고 게다가 장침 끝이 부러져 어느게 단침인지 장침인지 얼핏 알아볼 수 없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사발시계를 쳐다보았다. 침 한 개는 한시를 가리키고 또 한 개는 열두시를 가리키고 있다. 자정인지 새로 한시인지 얼핏 알아맞힐 수는 없어도 자정이지난 것만은 틀림없다고 짐작하면서 속으로 ‘아차, 늦었구나.’하면서 벌떡 일어나 선반에 얹힌 등을 집어 내렸다. 방문 옆에는 만춘이가 코를 드르 릉드르릉 골며 동여가도 모르게 썩 잘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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