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良洙)의 화실(畵室), 양수는 많아야 이십 2,3세에 넘지 않는 순진하고도 쾌활한 청년, 애경(愛卿)은 삼십세 쯤된 히스테릭한 노처녀(老孃[노양]), 막이 열리면 양수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딴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 책상 위에는 서책 외에 큰 면경하나 비스듬히 서있고, 그 앞 벽에는 아름다운 판화 몇 장이 걸려 있다. 애경은 그 옆에서 편물(編物)을 하고 있다. 양수 (한참동안 책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홱 덮어놓고 설합(舌盒)에서 편지 장을 내여 소리 없이 읽는다.) 애경 (빙그레 웃으며) 얘 양수! 너는 요새 무슨 편지를 그렇게 밤낮 내 보니? 그 종이가 편지지기에 말이지 인찰지(印札紙)나 반지(半紙)나 됐더라면 벌써 다 떨어지고 없어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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