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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는 얼굴 (한국문학전집 427)

<최서해> 저 | 도디드
  • 등록일2017-02-15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41 K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2,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아내의 자는 얼굴 _최서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으니 추워질 일이다. 더울 때가 되면 덥고 추울 때가 되면 추워지는 것은 자연의 힘이다. 자연의 힘을 누가 막으며 무어라 칭원하랴? 하지만 자연의 그 힘에 대항할 만한 무기가 없는 사람들의 입에서 칭원이 안 나올 수 없는 일이다.’ ‘추워지니 그것을 대항하려면 불이 필요하다. 나뭇바리나 단단히 장만해야 될 것이다. 그것은 방을 데우는 데 필요하지만 찬 눈과 쓰린 바람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다니려면 의복도 빠지지 못할 요구 조건의 하나이다. 자켓이나 외투 같은 것은 너무도 고상한 것이니 바라볼 생념도 없지만 튼튼한 무명옷에 솜이나 툭툭히 놓아 입어야 얼어 죽은 귀신을 면할 일이다. 나뭇바리 의복은 바깥 장치지만 속장치도 그만큼은 필요하고 토장국 조밥이라도 뜨뜻이 불쑥이 먹어야 이 추운 겨울에 어린 아내와 같이 이놈의 펄떡거리는 심장의 뜀을 보존할 것이다.’ ‘무엇보담도 이 삼대 요건─나뭇바리, 의복, 쌀─인데 어찌해야 이것을 얻나. 못 얻으면 아까운 대로 북망산천의 한줌 흙이 될 것이고 요행으로 얻으면 하루라도 무너져 가는 세상 꼬락서니를 더 볼 것이다. 그것도 세상이 다 같이 그렇다면 문제가 없다. 다 같이 그 무서운 자연의 위력 아래서 삼대 요건이 구비치 못하여 쓰러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삼대 요건이 딱 들어맞아서 다 같이 버쩍 일어서거나 한다면 그렇게 괴로울 것도 없는 일이요 슬플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으니 괴로운 일이요. 슬픈 일이다.’ ‘어떤 사람은 삼대 요건이 그 돗수에 넘어서 걱정인데 어떤 사람…… 나 같은 놈은 돗수에 못 차기는 고사하고 아주 텅 빈 판이며 x스의 자본론을 읽지 않아도 x스의 머리를 가지게 된다. 프롤레타리아 운동자와 접촉을 못해도 자연 그렇게 된다. 이래서 이 세상은─소위 자본 문명 중심의 이제도는 제 이세 제 삼세─백세 천세의 많은 x스를 만드는 것이다. 하여튼 제도는 묘하다. 꽤 고솜하게 되었다. 염통에 고름 든 줄은 몰라도 손톱눈에 가시 든 줄은 안다고 자본 문명은 속 썩는 줄은 모르고 겉치장 자랑에 비린 냄새 나는 웃음을 금치 못한다. 참 묘한데, 꽤 고솜한데 흥─.’ 끝없는 생각이 기선의 머릿속에 스며들어서 위로 아래로 오르내리다가 ‘묘하다. 꽤 고솜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때면 그로도 알 수 없어 그는 흥하였다. 그 코웃음! 그것은 묘하고 꽤 고솜한 세상의 미래에 닥칠 어떠한 현상을 눈앞에 그려 보고 치는 코웃음만이 아니라 자기의 조그마한 힘을 조롱하는 뜻도 없지 않다. 앉으나 서나 어느 때나 그의 머리는 그러한 생각에 쉴 새가 없었다. 봄이나 여름에는 그 생각 가운데서도 나뭇바리와 솜 의복이 빠지니 좀 늦춰진다고도 하겠지만 늦은 가을로부터 점점 이렇게 겨울이 되는 때, 그의 생각은 한층 복잡하여지고 한층 무거워진다. ‘한 몸이면 또 몰라.’ 기선이는 아내를 생각하면 더욱 견딜 수 없었다. 어리고 약한 아내가 차디찬 구들에서 자기의 손만 치어다보는 양이 눈앞에 떠오르는 때면 꽤 낙천적인 그의 가슴에도 버석거리는 얼음 덩어리가 꾸욱 들어박힌다. 이러는 때마다 그의 머리에는 번쩍번쩍하는 불길이 번개같이 지나갔다. 일어났다 꺼지고 꺼졌다가 일어나는 그 불길─처음에는 퍽 느리더니 이제는 돗수가 너무도 잦아서 일어났다. 꺼지는 남은 빛이 마저 사라지기 전에 뒤미처 번쩍하여 좀만 더 지나면 ×과 ××엉겨서 한 커단 ×××이 될 터이니 그렇게 되면 ××× 어찌 그 뇌 속에서만 돌리라고 보증을 하랴? 기선이 자신도 그것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생각한다. ×××─×× ×××─몇만 몇천의 ××× ××××─ 광화문이요! 고오기몬데쓰─." 뒤숭숭한 생각에 어디가 어딘지도 의식치 못한 기선이는 전차 차장의 소리에 놀라서 뛰어내렸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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