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두고 간 지가 벌써 석 달이 차고 네가 세월의 빠름을 한탄한 것처럼 내가 너를 두고 마을께 공동묘지로 온 지가 오늘째 석 달 사흘이다. 사흘하고도 두 시간, 두 시간하고도 이십분이나 지났구나. 사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요새 와서 새삼스러이 깨닫는다. 내나 네나 우리가 서로 갈라서기만 하면 둘이 다 따라 죽거나 실진을 하리라고 생각한 우리였건마는 이렇게 이별을 한 오늘날에 너는 너대로 나는 또 나대로 살고 있구나.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리고 목숨도 다함께 가지고 굳게 맹세한 우리건마는 언제 그런 맹세를 했더냐 싶게 너는 너대로 먹고 너대로 입고 너대로 살고 있지 않느냐? 아니 나도 마찬가지다. 네가 먹을 때에는 나도 먹었고, 네가 입을 때는 나도 입었다. 그리고 네가 걸을 때는 나도 걸었고, 네가 누울 때는 나도 누웠다. 만약 너와 나 사이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네 옆에 응당 누웠어야 할 내가 누워 있지 않았다는 것뿐일 것이다. 거칠기는 하나마 미끈한 팔에 어린것을 눕히고 어지러이 물결치던 머리채도 나의 머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뿐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토한 피를 씻을 때마다 가늘게 잡히던 이마의 주름살이 펴진 것과 무슨 냄새나 맡아보려고 하루돌이로 귀찮게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지금은 너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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