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로 이조 때에 영특하고 사납기로 유명하던 숙종대왕(肅宗大王)시대였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어느 해 봄날에 숙종대왕은 여러 군신들과 같이 창경궁 비원에서 꽃구경을 하시고 이어서 원중에 백화연(百花宴)을 열었다. 당시 왕족 중에 제일 인물 잘나고 총애를 많이 받는 동평군 이항(東平君李杭 ─ 后煥[후환]의 子崇善君?[자숭선군징]의 子[자])을 위시하여 여러 왕자왕손과 만조백관이 다 모인 것은 물론이고 후궁의 삼천 궁녀들도 한사람 빠지지 않고 모두 참례 하였다. 요량한 풍악소리는 태평의 가곡을 화답하고 가득한 금옥의 술잔은 성수의 만세를 봉축(奉祝) 하였다. 꽃향기와 주흥에 도취한 숙종대왕은 여러 궁녀들을 돌아보시고 흔연히 웃으시며 말씀하되 『오늘의 연회는 특히 꽃구경을 하는 연회이니 너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꽃 이야기를 한마디씩 하되 특히 나와 같은 꽃이 무슨 꽃인 것을 가르쳐 말하라, 만일에 그 말이 내 마음에 들게 된다면 그 사람은 특별히 후한 상을 주겠노라.』 고 말씀 하셨다. 이 말을 들은 여러 궁녀들은 제각기 왕께 곱게 뵈고 상을 타려고 한사람씩 두 사람씩 앞을 다투어 나와서 꽃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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