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 것은 그럭저럭 여섯 점 반이 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니까 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 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이 황철이는 참으로 우리 학교의 큰 공로자이다. 왜냐면 학교에서 무슨 운동시합을 하게 되면 늘 맡아 놓고 황철이가 응원대장으로 나선다. 뿐만 아니라 제 돈을 들여가면서 선수들을 (학교에서 먹여야 번이 옳을 건대) 제가 꾸미꾸미 끌고 다니며 먹이고, 놀리고, 이런다. 그리고 시합 그 이튼날에는 목에 붕대를 칭칭하게 감고와서 똑 벙어리소리로 어떻냐? 내 어제 응원을 잘해서 이기지 않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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