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지 그르든지 또는 크든지 작든지 간에 한번 젊은 가슴을 애틋이 끓게 한 사실은 좀처럼 스러지지 않는다. 나는 그 눈을 몹시 쏘던 보석반지와 그 반지의 주인공인 혜경이를 내 기억이 있는 동안에는 잊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지금 몸을 붙여 있는 이 최목사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지 벌써 삼 삭이나 되었다. 철없는 어린 것들을 가르치는 것은 그리 괴로울 것이 없으나 남의 지배 하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젊은 나로서는 여간한 고통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바요 또 어떠한 고통이든지 견디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잘 깨달은 나는 모든 감정을 꿀꺽꿀꺽 참고 최목사의 명령대로 하여 왔다. 최목사는 금년 서른 한 살 되는 사람이다. 그는 일찍 자기의 아우가 어떤 여학생과 연애를 했다가 하느님의 뜻에 어그러지는 의사간(意思姦)이라 하여 쫓아버린 일까지 있는 이다. 그는 교회에서라도 젊은 남녀가 마주 서서 소곤거리는 것만 보면 곧 하느님의 명령이라고 책망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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