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군청서 목화 심으러 “ 오우. 무엇을 심었든지 다 뽑아버리고 목화 심는다우” 동리 밖 느티나무 위에서 동리소임(洞里所任)의 외치는 소리가 초저녁 바람에 흘러서 흐릿하게 들린다. “뭐라고 웨는 소린가?” 두윤(斗允)이가 옆에 앉아 있는 정선달한테 물었다. “글쎄 내일 군청 사람들이 나와서 목화 안 심은 밭에 목화 심는다는 말 아니야. 감자나 콩이나 무엇을 심었든지 다 뽑아 버리고 목화 심는다는 말아니야. 그 소리야.” “응. 그 소리야. 아까 구장(區長)한테 들어서 벌써 알았어.” 등잔 밑에 누워서 이야기책 보던 재선(在善)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심어 논 곡식을 뽑아 버리고 목화를 심어!” “그러믄(그럼) 본래 군청서 심으란 걸 안 심었거든” “뭐시!(뭣!) 아무리 군청 사람들이라고 심어 논 곡식을 빼고 목화를 심어. 말인가 뭣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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