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졸고는 10월 초경에 집필, 11월 하순 예맹 주최의 강연에 쓴 것인데, 그 후 급격히 변전(變轉)되는 주위의 일반정세는 이것이 활자로 발표될 때엔 벌써 시기에 대한 적의성(適宜性)을 잃게 할는지 모른다. 잔학무비(殘虐無比)한 일본 제국주의적 쇠사슬이 한번 산산이 끊어질 때에 우리 삼천만 민족은 일부 민족 반역자를 제외하고는 다같이 환희를 부르짖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그 축배는 다 같지 않았다. 한편에선 일본 제국주의의 착취 기구까지 상속받아 살이 더 찌겠다고 축배를 거듭거듭 들고 다른 한편에선 민족적 쇠사슬은 끊어졌으나 또 한 가닥의 계급적 쇠사슬은 아직 그냥 있고 치열한 계급적 투쟁이 다시 남아 있어 내일에 들 축배를 한잔 남겨두었다. 그래서 조선의 현 정세는 극히 혼돈한 가운데도 이데올로기의 선은 벌써 좌우로 뚜렷이 구획되어 있다. 그것은 문화전선도 예외로 남겨두지 않았다. 즉 한편은 부르조아지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며, 그들을 옹호하는 부르조아 예술과 다른 한편은 노농 대중과 진보적 인텔리겐챠의 혁명적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며 또 그들을 옹호하는 프롤레타리아 예술이 대립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에도 기치가 아주 선명하여 누구나 일견 판지(判知)할 수 있는 최 우익적 부르조아 예술에 대하여는 여기 잠깐 췌론(贅論)을 않고, 그것보다 그 기치가 특히 회색적이고 혼란하여 일반대중이 현혹되기 쉬운 이삼(二三)의 예술경향에 대하여 그 정체를 폭로하여 한다.
판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