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 날 밤이다. 죽음을 맡아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흑의사자(黑衣使者)가, 무거웁고 거북한 발을, 잠깐 멈추어, 음침스럽게 섰는 듯이, 어두운 밤에 싸인 병원집은, 옛날에 지겨웁고 구슬픈 죽음이 많았다. 이로는, 함춘원(含春園) 솔숲에 흐트러진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끝 모르는 어둠 나라에서 꿈꾸는, 마음 약하고 몸 약한 불쌍한 무리를, 손짓해 부르는 듯하다. 한 어깨를 으쓱 틀어 출석거리며, 선술집의 굴접시처럼, 희멀뚱거리는 눈을, 두리번거리는 듯한 병원 지붕의 탑시계는, 어렴풋이 열한 점을 가리킨다. 어떻든, 밤도 흉물스러운 밤이요, 집도 음침스러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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