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미 놀림은 역시 아침결보다 저녁결이 제 시절이다. 학교로 갈 때보다는 올 때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아침에는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내빼던 놈들이, 돌아올 때면 그적에야 아주 제 세상인 듯이 발들을 콱 붙이고 돌라 붙는다. 오늘도 돈 천 원이나 사 놓게 된 것은 역시 오후 네 시가 지나서부터다. 지금도 어울려오던 한 패가 새로이 쭈욱 몰려들자, 물매미를 물에 띄운 양철 자배기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칸을 무수히 두고, 칸마다 번호를 써 넣은 그 번호와 꼭같은 번호를 역시 1에서 20까지 쭉 일렬로 건너쓴 종이 위에 아무렇게나 놓았던 미루꾸 갑을 집어들고, “자, 과잔 과자대루 사서 먹구두, 잘만 대서 나오면 미루꾸나, 호각이나, 건, 소청대루 그저 가져가게 된다. 자, 누구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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