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ife and Death of Harriett Frean) 간결하고, 꾸밈없고, 무자비할 정도로 아이러니한 이 소설은, 싱클레어가 당시 심취해 있던 무의식의 심리 분석 및 성과 사회적 정체성 간의 충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싱클레어 문학의 터닝포인트라 할 만하다. 일단 이 소설은 독자를 해리엇 프린이라는 여자의 의식을, 그것도 말 그대로 요람부터 무덤까지 공유하게끔 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해리엇은 아기 침대에 누워있고, 그녀의 부모는 자장가를 불러주며 아기가 웃을 때마다 놀라워한다. “그들이 번갈아 아기에게 입을 맞추자 아기는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이 장면은 부모의 사랑 속에 숨겨진 파괴성, 즉 어린 딸에게 “예쁜 짓”을 바라는 그들의 심리에는 자기 희생의 요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반복된다. 양친의 얼굴에 나타나 있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든 패리엇은 절제의 삶을 시작한다.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망 혹은 인생 그 자체에 대한 덕성의 근원적인 공격이 지니는 파괴성이 싱클레어의 주요 테마이다. 싱클레어와 근대, 그리고 문학적 모더니즘과의 복잡한 관계가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다. 싱클레어는 이 소설을 통해 한 여성의 “삶”을 사는 것이 부모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9791130301303
초판 Cover &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