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바라 방자야!』 하고 책상 위에 펴 놓은 책도 보는 듯 마는 듯 우두커니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던 몽룡(夢龍)은 소리를 치었다. 『여이.』 하고 익살덩어리로 생긴 방자가 어깨짓을 하고 뛰어 들어 와 책방 층계 앞에 읍하고 선다. 몽룡은 책상 위에 들어오는 볕을 막노라고 반쯤 닫히었던 영창을 성가신 듯이 와락 밀며, 『얘, 너의 남원 고을에 어디 볼 만한 것이 없느냐?』 방자는 의외에 말을 듣는 듯이 고개를 숙인 대로 눈을 치 떠서 물끄러미 몽룡을 치어다보더니, 『소인의 골엔들 어찌 볼 만한 곳이 없을 리가 있읍니까. 산으로 가오면 나물 캐는 것도 볼 만하옵고, 들로 가오면 농사짓는 것도 볼 만하옵고, 우물로 나가오면 여편네들 물 길어 놓고 밥솥에 밥 눗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수다 늘어 놓는 것도 볼 만하옵고, 또 행길로 나가오면 술주정군이 술 주정하는 것, 술취한 남편 붙들고 내외 싸움하는 것도 볼 만하옵고......』 『에라 이놈아!』 하고 몽룡은 괘씸한 듯이 책상을 딱 치며, 누가 그런 소리 너더러 줏어대라드냐. 어디 경치 볼만한 곳이 있느냐 말이다?어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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