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는 우리 민족이 낳은 세계적 위인 중에도 머리로 가는 한 사람이다. 그는 처음으로 '화엄경소'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소'를 지어서 인류 문화에 불교와 더불어 멸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학자일뿐 아니라, 그가 몸으로 보인 무애행(無碍行)은 우리나라의 불교도에게 산 모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위인이라 하여서 그로 내 소설의 제목 을 삼은 것은 아니다. 위인으로서의 그는 소설보다도 전기 나 다른 글로 더 잘 설명도 하고 찬양도 할 수 있을 것이 다. 내가 원효대사를 내 소설의 주인공으로 택한 까닭은 그가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처 속에서도 나 를 발견하고 그의 단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한다. 이것으로 보아서 그는 가장 우리 민족적 특징을 구비한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원효대사를 생각할 때에는 키가 후리후리하고 눈이 어글어글하고 옷고름을 느슨히 매고 갓을 앞으로 수굿 하게 쓰고 휘청휘청,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이것 은 신라의 화랑의 모습이요, 최근까지도 우리 선인들의 대 표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그립다. 그것은 모 든 욕심과 남을 해하려는 마음을 떠난 속이 하늘과 같이 넓 은 모습이다. 막힘이 없고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원효대 사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이러한 성격인 데다가 화엄경으 로 더욱 그것을 닦아서 빛낸 것이었다. 나는 솜씨가 부족하 나마 이러한 원효대사를 그려 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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