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하는 폭발탄 터지는 소리는 경성의 복잡하고 산만한 공기 를 울려서 천이면 천 사람, 만이면 만 사람의 다 각기 다른 여러 가지의 마음을 비교적 단순하게 통일을 시켰다. 이것은 계해년 팔월 스무 아흐렛날 오전 열한시, 곧 한일 합방 기념일의 일이었다. 폭탄 소리는 어느 나라와 어느 때 에라도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두려운 인상을 주는 것이다. 하물며 특수한 사정을 가지고 이상한 조선 사람, 그중에도 도회지인 경성에 있어서 신경이 더욱 발달되고 사정이 더욱 복잡한 여러 사람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한 폭탄 소리를 듣 고 이상한 자극을 받아서 절반은 의심하고 절반은 믿는 것 같은 방면으로 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다른 의심과 특별한 무서움을 가지고 거친 들의 미친 바람에 흔들리는 외로운 꽃처럼 마음 속 깊이까지 떨 고 있는 사람은 계동(桂洞)의 조그만 초가집 건넌방에 도사 리고 앉아서 꽃 같은 얼굴과 옥 같은 마음이 서로 비치는 예쁜 영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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