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국 가장 어둡고 찬 별궁에서 살아가던 이끼공주 설랑. 동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잔혹한 피의 황제 적황에게 평화의 제물로 바쳐지다. “그대는 나의 황후다. 이제부터는 나와 장차 태어날 황손 외엔 아무것도 생각해선 안 된다. 그 외엔 모두 무의미한 것이다. 심지어 내가 서호국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기로 맘 먹었다고 해도 그대는 일체 나서선 안 된다. 그것이 그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알겠나?” 다정한 포옹 뜨거운 입맞춤 입술의 곡선이 보여주는 미소 그 무엇도 그가 하는 말과 맞지 않았다. 그의 말은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온통 경고요 협박이었다. 설랑은 얼어붙어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오롯이 진심이란 것을 알았다. 해무는 설랑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았지만 애석하다 여기지 않았다. 이 경고는 꼭 해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설랑이 황후로서 자신의 곁에서 살아남으려면 꼭 지켜야 할 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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