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인 여경은 오랜 연인인 기욱과 약혼한 사이. 그러나 녹산전자의 회계감사를 맡게 되면서 그녀의 운명은 뒤틀리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녹산전자의 부사장 선우에게 여경은 자신에게는 약혼자가 있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선우는 여경을 포기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 본문 중에서 -
그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느껴졌다. 비록 둘 사이에서는 열 발자국 이상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 소용없었다.
""부사장님이 이러시는 거, 저한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업무에도 지장이 많습니다. 더 이상 개인적으로 호출하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내 생각을 한다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데.""""계속 이러실 거라면 전 녹산 전자 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그렇게 되면 나는 앞으로 해율과의 모든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하시는 분이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요.""
뻔뻔하기까지 한 선우의 태도에 여경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여경의 표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선우는 곧 책상에서 몸을 떼고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선우는 차근차근 그녀를 조여왔다. 서서히 몰아가는 맹수의 포획망을 벗어나기엔 그녀는 역부족이었다.
""나를 얼마나 더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지? 나를 얼마다 더 야비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당신 직성이 풀리겠느냐 이 말이야.""
선우의 시선이 지그시 여경의 입술 위로 닿았다. 그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시선에 여경의 얼굴이 숨기지 못 할 정도로 붉어졌다. 그의 시선은 여경의 입술을 제멋대로 범하고 있었다. 헤집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에 여경이 순간 아찔해졌다.
""저를 못 살게 구는 것은 부사장님이에요. 언제까지 이러실 참이죠?""
""당신이 스스로 내 여자라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
여경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의 영역 안에서 한 발자국 빠져 나갔다. 그녀는 그대로 도망치듯 방을 빠져 나갔다. 조금 더 지체하면 그의 손아귀가 언제라도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또 한 번 키스를 퍼부을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남자이고,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던 간에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여경은 약혼자가 있었고, 기욱은 충분히 좋은 남자였다. 그에게도 이미 단단히 일러주었다. 문제는 그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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