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에 막 들어서자 비가 제멋대로 쏟아진다. 병우는 얼마 동안 달음질쳤으나 숨도 차고 양복도 물에 잠겼다 낸 모양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까닭으로 달릴 필요도 없었다.
백양나무 사이로 절반쯤 들어왔을 때 저쪽에서 허수름하게 차린 검은 안경을 쓴 노인이 이쪽으로 걸어오다가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머리를 숙이고 백양나무 사이로 번개같이 몸을 감추어 버린다.
병우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발을 멈추었다가 그 노인이 자취를 감추던 곳으로 쫓아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벌써 아무 것도 없었다. 병우는 비를 맞으면서 하도 신기하고 이상하여 점점 숲 사이로 찾아들어갔다.
한인택(韓仁澤. 1903 ~ 1937)
* 소설가. 호 보운(步雲). 함경남도 이원군 출생.
* 보성고보(普成高普) 졸업.
* 상업에 종사하다가 화신연쇄점주식회사의 편집계 근무.
* 1930년 처녀작 동무들을 동아일보에 연재
* 1931년 장편 선풍시대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연재.
* 대표작 선풍이후(旋風以後) 월급날 어화(漁火) 파탄(破綻) 모자(母子) 잃어버린 여우 자매(姉妹) 보리밭 삽화(揷話) 마희(魔戱) 등 다수.
* 동반작가로 주로 진보적 사상에 밑바탕을 작풍으로 당시 지식인의 고난과 빈궁을 테마로 잡은 작품들이 주류를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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