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의 가을은 빌딩가에서 하염없이 신음하고 있는 가로수의 낙엽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페이브먼트에 울리는 수심 많은 숫처녀들의 하이힐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독신주의자로 유명한 백장주(白章珠) 양, 방금 잡지 《부인문예(婦人文藝)》의 기자로 있는 명랑시인 백 양이 어찌된 셈인지 교정의 붓을 들었다 놓았다, 창밖에 신음하고 있는 플라타너스와 더불어 한숨짓기를 무려 한 시간에 일백스물다섯 번이니, 일 분간에 두 번,삼십 초 만에 한번씩 ""후우웃......."" 하고 기다랗게 한숨을 짓는다고. 이것은 백 양과 테이블을 사이에 끼고 마주앉은 샌드위치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황달수(黃達秀)의 기록이니만큼 그 정확성은 가히 믿을 만하리라고 생각한다.
김내성1909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1935년 일본 추리문학 잡지 『프로필』에 「타원형 거울」과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대중잡지 『모던일본』에 「연문기담」이 당선되어 일본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귀국 후 「탐정소설가의 살인」을 개작한 「가상범인」을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등장했다. 그 후 「타원형 거울」 역시 「살인 예술가」로 개작해 1938년 『조광』에 연재했다. 1940년에 발표한 「그림자」는 이후 개작을 거쳐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 『비밀의 문』의 표제작이 되었다. 「그림자」는 일종의 라디오 방송극 대본으로 「진주탑」 등과 함께 현재 완전한 형태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해방 이전 방송극 대본이다. 1946년을 기점으로 작가의 소설 세계는 ‘추리’에서 ‘대중’으로 전환을 맞이한다. 『청춘극장』 『쌍무지개 뜨는 언덕』 『인생화보』 『애인』 『마인』 등의 걸작을 남겼으며, 그중 『애인』은 1956년 영화화되었다. 경향신문에 『실낙원의 별』을 연재하던 중 1957년 2월 19일에 뇌일혈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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