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 8년 동안이나 민간탐정으로서 가장 이름이 높은 백린(白麟) 군과 교제를 해왔으나 저 얼룩얼룩한 끈타불이란 사건처럼 괴상하고도 무시무시한 사건은 없었다. 백 군은 사실 범인(凡人)으로서는 도저히 따르지 못할 만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이 얼룩얼룩한 끈타불이란 사건만 해도 그의 비범한 상상력과 치밀한 관찰력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그처럼 훌륭한 해결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내성1909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1935년 일본 추리문학 잡지 『프로필』에 「타원형 거울」과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대중잡지 『모던일본』에 「연문기담」이 당선되어 일본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귀국 후 「탐정소설가의 살인」을 개작한 「가상범인」을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등장했다. 그 후 「타원형 거울」 역시 「살인 예술가」로 개작해 1938년 『조광』에 연재했다. 1940년에 발표한 「그림자」는 이후 개작을 거쳐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 『비밀의 문』의 표제작이 되었다. 「그림자」는 일종의 라디오 방송극 대본으로 「진주탑」 등과 함께 현재 완전한 형태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해방 이전 방송극 대본이다. 1946년을 기점으로 작가의 소설 세계는 ‘추리’에서 ‘대중’으로 전환을 맞이한다. 『청춘극장』 『쌍무지개 뜨는 언덕』 『인생화보』 『애인』 『마인』 등의 걸작을 남겼으며, 그중 『애인』은 1956년 영화화되었다. 경향신문에 『실낙원의 별』을 연재하던 중 1957년 2월 19일에 뇌일혈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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