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소설은 요즘 보기 드물게 ‘사회 속의 개인’을 탐구하는 정통적인 리얼리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조금씩 기법적인 변주를 보이고 있다. 간결하게 응축되어 직립하는 문장과 꽉 짜인 구성으로 받쳐진 그의 소설 작품은 차돌멩이처럼 단단하다. 그러나 그 단단함 속에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현실과 역사에 대한 분노가 뜨겁게 살아 있고, 인간에 대한 따스한 연민과 매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고광률 소설이 확보하고 있는 소설적 단단함은 우리의 시선을 현혹하는 자극적인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상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제공할 수 없는 소설 고유의 맛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개인들이 발디딘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밀도 높은 언어를 겸비한 그의 작품들은 ‘현실과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문학의 고전적 명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시와 소설을 막론하고 가볍고 현란한 언어로 각개약진함이 대세인 시절에, 오랜 기간 연마한 소설적 기량과 치열한 작가의식이 발휘된 창작집을 만나는 느낌은 신선하고 소중하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대전대 국문학과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호서문학》에 최상규 박범신 추천으로 단편 「어둠의 끝」(1987)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에 단편 「통증」(1991)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2002), 장편소설로 『오래된 별』(2006)이 있다.
조용한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