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제주를 무대로 한, 파란만장한 여인 3대 이야기!
평범한 꿈과 사랑을 좇았던 여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폭력의 역사는 그녀를 난도질했다. 사랑을 잃고 원수의 자식을 낳아야 했던 가혹한 운명,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한 복수심이 그녀의 삶을 불타오르게 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넉넉한 인심으로 한국 제1의 관광휴양지가 된 ‘제주도’는 불과 몇 년 전에 탄생한 이름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제주로 탈바꿈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다. 지금은 우리의 어머니가 된 비바리(처녀를 뜻하는 제주 토속어)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력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낸 덕택이었다.
소설 『비바리』는 1948년 제주4.3부터 60년간 질곡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던 한 여자와 그녀의 딸, 그리고 손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폐허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일어서는 ‘여자의 생명력’, 마음먹은 건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여자의 집념’, 운명을 거부하면서까지 지켜내려는 ‘여자의 사랑’을……. 마치 소설 속의 여자 3대는 ‘여자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하려는 것 같다.
숨 가쁘게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몸서리쳐질 울분이, 깊은 가슴으로부터의 감동이, 반전에서 오는 쾌감이 우리의 감성을 전율시킨다.
폐허 속에서도 뿌리를 박는 제주 여자의 생명력!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엔 3만여 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4.3 사태가 발생했다.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반대한 좌익들이 한라산으로 입산해 무장대를 조직하자, 미군정은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초토화 작전을 감행한다. 해발 200∼600m 사이의 중산간 마을들은 적성지역으로 간주돼 불바다가 됐고,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인 3만여 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한다. 한국판 ‘킬링필드’가 제주도에서 벌어진 것이다.
남자들이 벌인 이데올로기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제주의 여자들이었다. 수많은 여자들이 학살되고 겁탈 당하는 살육과 야만의 시간을 받아내야 했다. 주인공 송지하도 이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빗겨갈 순 없었다. 소박한 꿈을 안고 살아가던 한 여자는 원수의 잔혹한 폭력으로 원치 않는 생명을 잉태하게 됐다. 그러나 눈물 한 방울 흘릴 여력조차 없이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 제 몸과 핏덩어리를 살리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고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힘든 일을 당하면 당할수록 강해진다는 제주여인들이 하는 말이다. 아무리 어렵고 극한 상황에서도 살다보면 생존의 방도가 생길 것이니 절망하지 말라는 뜻이다.
『비바리』는 결코 4.3사태의 비극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철저히 개인사적 입장에서, 남자들이 벌인 집단 광기의 역사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은 제주 여자의 억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의 ‘스카렛 오하라’처럼.
1970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93년 한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KBS에서 「생방송 전국은 지금」, 「체험 삶의 현장」, 「이것이 인생이다」, 「다큐멘터리 대한민국」등 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했고, TV 드라마로는 「보리밭」, 「결혼이야기」, 「아름다운 유혹」, 「열여덟 스물아홉」, 「착한여자 백일홍」 등을 집필 했다. 그리고 만 사십 세에 2010년 첫 장편소설 『비바리』를 출간하게 됐다. 작가로 살면서 사십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사는 게 꿈이었다. 필자가 태어나던 해에 어머니는 독일 간호사로 떠나셨다. 자라면서 함께 살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 대해 자연히 관심이 많았다. 첫 장편소설 『비바리』에는 제주 여인 삼대에 걸친 비극을 담았다. 상처 받은 모성을 치유하기 위해 땅에 대해 집착하는 한 여인의 지독한 욕망과 그녀를 향해 목숨까지 바친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1부 1948년 봄,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