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소통의 시대, 수사학의 내비게이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수사학을 리더십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전반부에서는 수사학의 아버지라 불린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수단으로 체계화한 로고스·에토스·파토스에 맞는 역사적인 스피치를 소개하고, 그 스피치에 쓰인 수사기법을 인물과 사례별로 면밀히 분석·제시한다. 또한 각 연설의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시대 상황과 청중의 심리까지를 파헤쳐 이를 실생활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기에, 평소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해야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전반부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명연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독자는 세상을 떠난 뒤에 더욱 유명해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기법이 오바마 대통령과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에게 그대로 전수되어 여전히 세상을 감동시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적 수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논어』의 「위정」편을 보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나온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 온고지신의 정신이다. 이 책이야말로 온고지신이라는 말에 꼭 들어맞을 것이다. 수사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제안하면서도 전통적 수사학의 우수한 면을 무시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사학의 패러다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새로운 수사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수사학을 실용적인 학문 차원을 뛰어넘어 관계성과 내면의 수사학이라는 새로운 틀로서 제시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스피치 사례를 소개하면서 설득 원리를 규명하는데, 그에 맞춤한 모델로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과 연설 사례를 통해 전통적 수사학이 미처 품어 안지 못했던 동양적 리더십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색깔의 레토릭 리더십 제시
『위대한 침묵 51초』는 수사적 기법과 리더십을?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문서다. 이 책을 일독하면서 독자는, 아라파트 편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골 깊은 증오와 갈등의 연원, 현재의 모습 등을 알 수 있고, 마틴 루터 킹으로 상징되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지난했던 과정과 성취를 알 수 있으며, 오바마의 찌르는 듯한 연설을 통해 미국 정가의 모습을 일별할 수 있다. 또한 퇴임 시 지지율이 87를 기록했던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통해 참다운 지도자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타깝게 느낄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마다 자기 목숨을 던져 고난을 뚫고 민중과 함께 하는 원자바오를 통해 지도자의 진정성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아프게 깨닫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과? 오바마의 회한 깊은 침묵을 비교해 놓은 대목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을 돌아보게 되는데, 헛된 꼼수와 진정성 없는 호승심, 명예욕 따위, 참다운 리더십과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연설을 얼마나 빈털터리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위대한 침묵 51초』는 위대한 지도자들의 성품과 생애와 사상을 그들의 연설과 함께 음미한 후, 그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세상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보기 드문 책이라 할 만하다.
광주 동중과 광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다.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KBS 기자로 공채 입사하였다. 3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 만나는 매력에 한껏 빠졌다.
아라파트 PLO 의장과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등 정상급 인물 12명과 단독 인터뷰에 성공해 방송 인터뷰 전문기자로 명성을 얻게 된다. 오찬 세미나 만찬 세미나를 열어 후배기자들에게 인터뷰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를 열심히 마련하다 보니 ‘세미나 장’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이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수사학으로 연결되면서 10여 년 동안의 공부 끝에 성균관대학교에서 수사학논문으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경기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