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은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다. 이 문장은 읽기에 따라 안철수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자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하라는 명령문일 수도 있다. 문장 끝에 물음표가 생략됐다고 생각하면 고민의 문구가 되기도 한다. ‘밀어서 잠금해제’란 문구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낯익을 것이다. 아이폰에는 초기 화면 하단에 이 문구가 적혀 있고, 갤럭시폰을 비롯한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숫자들을 밀어서 잠금해제를 실행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과연 저자들이 말하는 대로 안철수를 밀면 잠금해제가 실행될까. 그리고 그 욕망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들은 서문에서 얘기하듯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르기 전부터 안철수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궁리하고 점검해왔다고 밝힌다. 이들에게 잠금이란 더 이상 상승이나 개선이 어려운 세상을 말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세상, 그리고 국가가 제도를 통해 이를 고치는 데 게으른 현실을 의미한다. 잠금해제란 재산이 학벌을 낳고 학벌이 신분을 낳는 세상에서 안철수가 얘기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아름다운 생태계 조성에 끌린 사람들의 욕망인 것이다.
이 책은 안철수를 키워드로 하여 우리 사회와 정치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분석과 전망을 위해 안철수 현상의 바닥에 있는 대중심리, 그가 던진 메시지의 해석, 보수 언론과 프레임의 정치에 대한 해설, 안철수가 정치를 하고자 할 경우의 가상 시나리오를 각각 4개의 파트에 담았다.
4인의 공동 저자들은 진보 진영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논객들이다. 간간히 자신들이 지지했던 진보정당에 대해 답답함도 토로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안빠를 자처하지도 않는다. 저자들은 안철수가 한국 정치에 경종을 울리는 선각자일 수도, 그 자신이 한국 정치를 재편할 메시아일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든 그의 등장 자체는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예고하며, 안철수를 주어로 하는 정치가 민주 대 반민주, 혹은 성장 대 분배로 요약되는 오늘날의 정치 패러다임을 뒤집을 것으로 본다. 그러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비극이겠지만 결국 한국 정치의 발전에는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고, 때문에 설령 안철수를 막아도 누가 되든 제2, 제3의 안철수는 곧 온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며 ‘안철수는 시작이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한윤형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대전에서 보낸 뒤 서울로 왔다. 인터넷 논객으로 시작해 잡지에 기고를 하더니 책까지 내게 되었다. 당장의 현실은 십 년 동안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불행한 대학생’이다. 〈씨네21〉, 〈경향신문〉 ‘2030 콘서트란’의 고정 필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주간경향〉 2030 칼럼의 필자다. 《뉴라이트 사용후기〉, 《안티조선 운동사》를 저술했고 《리영희 프리즘》, 《진보의 재탄생》,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쓰는 데 힘을 보탰다. 곧 졸업하고 백수가 된다는 소문이 있다.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