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가로지르는 제3세계
최창근의 세계음악 산책 『인생이여, 고마워요』는 영미의 팝을 제외한 각국의 세계음악을 소개하면서 그것에 얽힌 문화와 역사, 예술가들의 삶 등을 넘나든다. 철학가이자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저자인 김용규의 말대로 “저자는 오랫동안 영혼을 울려온 제3세계의 음악들을 씨줄로 하고, 그의 가슴에 언제나 머무는 사랑, 진실, 자유, 평등, 노동, 혁명, 해방 같은 언어들을 날줄로 하여 한 장의 양탄자를 짰다.” 맑고 서정적인 문체의 빛깔은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들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노래를 듣는 듯 고요하게 리듬을 타며 읽힌다. 또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세계음악과 그 음악으로 한 발짝 깊이 다가갈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양서이기도 하다.
제3세계음악에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하나의 노래 속에 깃들어 있는 음악가들의 정신과 삶,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노래를 통해 꿈꾸자 했던 세상과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과 위안을 받았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담아내었다.
러시아 민요의 토속성과 민중성을 노래로 담았던 스베틀라나의 『러시안 포크송집』, 영화 『위대한 유산』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베사메 무쵸」를 부른 아프리카의 세자리아 에보라의 ‘모나’, 카를로스 가르델과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 안데스의 민속음악 ‘포클로레’,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의 음성으로 기억되는 포르투갈의 ‘파두’, 터키 이슬람 음악, 어둡고 깊고 아득한 인도의 음악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시대의 현실에 맞서 저항했던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는 수세기 동안 독재와 제국주의의 침탈로 핍박받았던 세계 여러 민중들이 고통을 어떻게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했는지, 그 비밀을 속삭이듯 말한다.
그리스의 레지스탕스 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와 『그리스인 조르바』의 영화음악들, 탄광 폐쇄를 반대하며 결성한 노동자 예술단체 그림리 탄광밴드와 영화 『브래스드 오프』, 칠레 민중의 삶과 애환을 온몸으로 노래하다 피노체트 군부의 희생양이 된 빅토르 하라, 평생 동안 라틴 민중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며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민중저항음악의 선봉에 섰던 누에바 깐시온의 중심적 인물인 메르세데스 소사, 슬픈 역사의 땅 아일랜드의 메이브의 단풍잎 연가 「솔베이지의 노래」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 속에서 음악과 함께 고통과 희망이 동시에 공명한다.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2001년 서울시 무대지원사업 선정작인 -봄날은 간다-를 통해 데뷔했고 첫 희곡으로 2002년 제3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공연 작품으로 -봄날은 간다-, -서산에 해 지면은 달 떠온단다-, -12월 이야기- 등이 있다. 연극 외에 다수의 문학공연들을 연출했으며 가야산 해인사에서 열렸던 제1회 비로자나 축제 총연출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