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천연기념물의 단계를 넘어 멸종위기종에 다다른 서울토박이에게 있어 서울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 5대째 서울에 살고 있는 토박이의 고백, 『나의 살던 서울은』을 들춰보면 아쉬운 대로 그 편린을 읽을 수 있다.
어릴 적, 고향(정지용의 「향수」에 나옴직한) 없음을 서글퍼 했던 저자.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서울도 엄연한 고향이며, 그것도 아주 정겹고 훌륭한 고향이라는 것을. 그는 그 깨달음이 스스로 서울의 공해마저도 사랑하게 만든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사건이라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부지런히 서울 탐험에 나섰다. 아니 그의 모든 일상이 서울 탐험이었다. 그가 20년 동안 근무했던 서소문에 있는 회사로의 출근길은 그 자체가 귀향 행로였고, 무교동이나 동숭동으로의 출동은 그 자체가 타임캡슐을 탄 젊은 날로의 회귀였다.
이따금 그는 낙산을 찾는다. 다운(down)된 기(氣)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그곳은 그가 태어난 곳으로, 유년시절 그의 광활한 활동무대였으며, 소년시절 빈한한 그의 가족을 지켜준 낙타의 등과 같은 존재였고, 청년시절 불확실한 그가 미래를 놓고 고뇌하던 사색의 마당이기도 하다. 그러곤 세상으로 내려와 청계천변을 거닐다 냇물에 발을 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10년째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출근하면서, 바다 같은 한강을 호흡하며 행복에 젖는다. 한강은 그가 북한산, 역동성과 함께 꼽는 서울의 3대 보물이다.
그는 반세기 동안 살아오면서 흘려보낸 서울의 사계(四季)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서울 곳곳에 담긴 명소와 비소에 대해선 그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아울러 서울에서 만난 수다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그들과 나눈 교감을 책 속에 담았다.
그렇다고 마냥 서울 예찬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소중했던 서울의 추억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동시에, 개발 위주로 치닫는 서울 시정에 대해선 따끔한 질책도 마다 않는다. 오죽하면 책의 발간을 축하하는 글을 보낸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서울에 대한 그의 따끔한 주문이나 회의론에 대해 움찔했을까.
한편으로 그는 ‘서울내기 특질고(特質考)’라는 위험한 작업으로 스스로에 대해 칼날을 들이댄다. 하지만 ‘서울 토박이는 뒤통수 맞으면서도 남에게 할 말 못하고 경계인으로 사는 이가 대부분일 정도로 숙맥이기 십상이고, 타지 사람들을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는 따사로운 마음씨의 소유자’라는 쪽으로 결론 내림으로써 손을 안으로 굽힌다.
누구에겐 정나미 떨어지는 타지일 수도 있고, 누구에겐 일확천금, 입신양명을 달성한 드림랜드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있어선 떠올리기만 해도 해도 따사롭고 코끝 찡해지는 고향, 서울.
‘서울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은 딜레탕트를 자임하며 늙어 쇠잔해질 때까지 서울 탐험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에서 그의 병적인 서울집착증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출생, 신문사 기자 생활. 2002년 서울이야기 콘테스트에 <낙산, 서울, 그리고 고향>이 입선한 것을 계기로 <서울사랑> 등 월간지와 방송 등에서 서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발간을 축하드리면.오세훈 서울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