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은 지도이고 역사이며, 맛있어서 즐거운 문화다!
지중해 바닷가의 파에야, 돈 키호테의 만체고… 스페인, 어디까지 맛봤니?
플라멩코, 투우, 태양, 정열, 피카소, 가우디, FC바르셀로나… 이 외에 스페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신의 물방울- 속 12사도에 버금가는 ‘우니코’ 와인을 아는지? 스페인 사람들은 왜 하루에 다섯 끼나 먹는지? 안달루시아에 돼지고기요리가 발달한 이유는? 유럽이면서도 생마늘 냄새 폴폴 풍기고 다녀도 환영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보는 것이 여행이다. 평생 한 번 있을 기회도 모르면 무심히 흘려버리는 것이 여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은 맛있다!》는 새로운 문화를 향해 열린 첫 번째 촉수 ‘미각’을 일깨워서 스페인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가령 해마다 1~3월이면 카탈루냐의 타라고나 지역에서 열리는 ‘숯불에 새까맣게 태워먹는 양파, 칼솟’ 축제로 가보자. 일반적으로 불에 태운 음식은 몸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부러 태워먹는 이유가 궁금하다.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기도하고 카스티야 사람들은 꿈을 꾸며 바스크 사람들은 일하고 카탈루냐 사람들은 저축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두쇠인 카탈루냐 지방색에 근거해서, 카탈루냐 농부가 상한 칼솟을 버리지 않고 먹으려다가 얼떨결에 발명된 요리라는 설명이 흥미롭다. 세르반테스가 쓴 걸작 《돈 키호테》역시 150가지 음식의 향연이 나오는 요리책으로 새롭게 해석해본다. 라 만차 지방의 황량한 풍광의 묘사와 함께 당시 농부들의 식생활이 잘 드러나있기 때문인데, 돈 키호테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음식으로 알려진 렌즈콩을 즐겨 먹음으로써 그의 정신상태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생후 3주 미만의 아기돼지를 통째로 구워 접시로 목을 치는 ‘쇼맨십’ 가득한 요리 코치닐요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안달루시아에는 무슬림인 아랍인과 가톨릭인 스페인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이 양고기만 먹는 무슬림을 겨냥해서 의도적으로 돼지고기요리를 더 강화하는 바람에, 아랍인들은 결국 그곳을 떠나거나 가톨릭인 척하면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자가 8년간 스페인에 거주하면서 다녔던 여행의 기록과 사진을 통해서, 몇 개 대도시로 제한적이던 스페인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시장골목의 숨은 맛집에서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까지,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북부 바스크까지 종으로 횡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맛집 정보는, 스페인 어디를 가든지 단 한 끼 식사 속에 담긴 스페인의 삶, 문화, 역사, 사랑을 맛보게 한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으니 ‘스시’에 매료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겠으나, 1999년 유럽 배낭여행길에서 ‘타파스’ 맛의 매력에 빠지는 바람에 2002년 스페인 요리유학을 감행했다. “올라!” 한 마디 모르고 온 땅에서 5개월간 좌충우돌 어학연수를 마치고 바르셀로나대학 부속 CETT 레스토랑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동대학 지중해 식문화과정 석사 수료를 거쳐 호프만요리학교에서 스페인요리 최고급 과정을 밟고 있다.
스페인에서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