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을 이어온 가르침
이 책은 조선 시대 소론의 영수로 불리는 명재 윤증으로부터 그의 후손 윤석오와 윤여준, 그리고 윤구와 윤찬 등 삼대까지 이어진 정신적 유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윤증으로부터 400년을 이어온 윤씨 가문의 가르침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을 남기라’는 것이다.
높은 인품과 깊은 학문으로 잘 알려진 명재 윤증은 평생 관직에 나가는 대신 학문과 문중 자손들의 교육에 힘을 썼다. 또 일반 백성의 삶과 다르지 않게 늘 소박하고 근검절약했으며, 훌륭한 인품과 덕행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명재 윤증의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고방식은 세대를 거쳐 윤석오 선생에게 전해진다. 윤석오 선생은 불교, 노장, 유학 등 동양 사상을 두루 섭렵했고, 물리학과 천문학 등 과학 분야까지 폭넓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 또 아무리 오랫동안 내려온 관습이라도 상대방이 힘들고 불편한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일을 바꾸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여성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허례허식을 줄이고자 했다.
아들에게는 세상을 먼저 산 선배로서, 지식인으로서 삶의 기준을 가르쳤다. ‘근검절약하라, 남을 돕고 살아라, 좁은 땅이라도 있으면 경작하라, 책을 손에서 놓지 마라’ 같은 가르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윤석오가 윤여준에게 남긴 정신적 유산
아버지인 윤석오 선생의 사려 깊은 행동은 윤여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윤여준은 노성 윤씨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부터 화장실 청소며 연탄을 직접 갈게 시키기도 하는 등 엄하게 가르쳤다. 여준은 이를 통해 사람은 평등하며 일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몸소 체험했고, 역지사지의 정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에게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배웠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측은지심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남자도 살림을 알아야 한다며 김장 때가 되면 배추나 젓갈의 모양과 빛깔을 알려주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합리적인 가르침은 윤여준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방식이지 자리나 지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은 그의 두 아들 윤구와 윤찬에게도 전해졌다. 여준은 ‘열다섯 살까지는 엄격히 가르치고 그 이후에는 믿고 기다리라’는 가문의 가르침에 따라, 자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엄하게 가르치면서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아들 구와 찬은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늘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아버지를 본받아 밤낮으로 일하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아이에게 가문의 정신을 전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기획, 집필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초등교과서 단어의 비밀』, 『이야기 논술』, 『우리 아이 독서 비법』 등이 있습니다.
프롤로그 정신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