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을 사랑한 노동운동가의 이야기
엄혹했던 개발독재 시절, 같은 나이 또래 여성 노동자들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하고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이래 늘 ‘힘없는’ 노동자들 편에 서 있는 하종강.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간 그가 노동현장에서 만났던 여성들, 그와 삶의 행보를 함께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 경제대국 13위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무명으로 살아갔던 그들은 어떤 슬픔, 어떤 아픔을 겪었을까? 왜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을까?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열혈 노동운동가 하종강의 삶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누군가의 어머니, 누이, 딸이자 이 땅의 ‘여성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울컥하거나 불끈하거나
노동현장. 특히, 쟁의가 발생한 노동현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고통과 슬픔, 분노가 서려 있다. 수십 년 그 긴장의 현장을 드나든 사람이라면, 대다수 인구가 노동자인 한국에서 남다르게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사회보다는, 모두 고르게 행복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믿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현실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른 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죽은 노동자 어머니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관리자, 여성 노동자를 생산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영자, 친인척에게 일자리를 주고자 성실하게 일하던 여직원을 내치는 사주… 이런 실태를 대하면 울컥하거나 불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우리 삶의 현실인 것을. 중요한 것은 번듯한 경제 강국의 이면에 그런 현실이 존재했고, 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 같은 이름의 국민이 아니던가.
195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1982년 인하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그 후부터 인천 도시산업선교회가 운영하는 `일꾼자료연구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 노동자들의 생활과 그들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만든 자료를 갖고 노동교육을 시작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노동상담 일을 해오면서 1년에 300회 이상 노동교육을 다닐 정도로 열정적이다. 현재는 한울노동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겨레신문 객원논설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인천대학교 강사,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노동자교육센터 교육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 `하종강의 노동과 꿈(www.hadream.com)`을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1994년에 「너무 늦게 만난 사람들」(『항상 가슴 떨리는 처음입니다』)로 제6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그 외에도 『노동자는 못말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등의 저서가 있다.
책 머리에_여인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