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운동, 어디로 가는가?
위기에 직면한 우리 노동운동의 현주소
현재의 노동운동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반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현재 노동운동 방식에 대해서 ‘전투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합리적’이라는 응답은 8.6에 불과했다. 또한 노동운동이 합리적이고 법을 잘 준수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국민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노조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도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2.6배나 높게 나왔다. ‘노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빨간 머리띠와 복면·조끼, 공장 점거와 파업 등의 답변이 많았다. 2007년 이랜드 사태, 2008년 화물연대 불법 파업, 2009년 쌍용차 사태 등 매년 발생하는 전투적 노동운동이 국민들에게 이러한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치고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노동계의 현주소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동운동도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투쟁의 덫에 걸린 노동운동, ‘그들만의 잔치’는 이제 그만
한국의 노동운동은 87년 이후 10년간은 민주화운동이 열어젖힌 공간에서 꽃을 피우며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97년 이후 10년간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노동조합의 내부 문제에다 부패 사건까지 터져 도덕적 신뢰마저 상실된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세 번째 10년간 한국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노동운동은 이제 새로운 시대적 사명과 기능, 운동방식을 찾아 그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그 해법을 내놓은 지침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인지 노동운동의 모순적 행태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노동 현장엔 여전히 전투적 조합주의가 만연해 있다. 아직까지도 노동운동의 본질을 계급투쟁론에서 찾고 있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게 우리 노동운동의 현주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1대 노동부 장관, 초대 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인하대 경상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 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노사관계의 진단과 처방』, 『민주적 시장경제: 원리와 정책과제』, 『발전경제학』, 『영국 민영화기업 규제』, 『The Korean Peninsula in Transition』(공저), 『韓國勞使關係の展開と現狀』(공저) 등이 있다.
책을 펴내며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