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 떠나는 여행 중 자신의 영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전에 무심히 지나쳐 버렸던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커다란 즐거움과 감성의 떨림이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사유를 한다는 것이고, 사유를 함에 더욱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여행만큼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저자는 수십 번의 여행 가방을 꾸리며 가슴 설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작은 책으로 엮으며 또 다시 길 떠나는 것과 동일한 행복감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번 기행 산문집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명상기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도시생활의 번뇌와 세속의 풍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기 자신을 찾아나서는 기행문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살둔산장, 거진항, 동호바다, 진동계곡, 온달산성 등과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춘천에서의 삶의 이모저모를 그 나름의 독특한 시선과 혜안으로 되짚어 보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잡아끈다. 또한 각 여행지를 찾아가는 길 안내와 숙박 시설, 주변에 함께 둘러볼만한 곳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역사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백제의 도읍지 부여에서〉), 떠돌며 깨달으며 우주의 만물을 주유한 김삿갓의 일생을 만날 수 있으며(〈시인들의 로망, 난고 김삿갓을 찾아서〉), 내 인생의 적멸보궁을 찾아나서는 방법(〈세월을 엿보며 건봉사에서 동해 바다로〉)과 낯선 곳에서 문득 동물처럼 울부짖고 싶을 때 찾는 여행지(〈저물녘 거진항 뒷골목을 서성거리다〉)를 알려주고, 그와 함께 인간이 때론 한없이 고독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여행지(〈안개에 갇혀 버린 동호바다〉)를 우리가 스스로 찾아 나서게 해준다. 아울러 현대인의 실종된 사랑을 찾기 위하여 우린 온달산성을 찾아갈 수 있고,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의 차이를 알려면 원시림이 살아있는 해발 700미터 설피마을의 진동계곡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면 된다. 또한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싶다면 서울 탑골공원 돌담길의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한잔을 기울일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잠시 권한다.
이 책의 제2부에 해당하는 저자의 춘천 이야기 속에는 춘천에서 이름 없는 한 여인으로 손수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된 내력과 함께 춘천에서 살고 있는 몇몇 바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으로 멋진 삶, 아름다운 삶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경춘선 열차에 얽힌 아련한 추억담과 춘천 약사동 마지막 풍물시장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화가로서 시인으로서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도록 이 세상을 휘달려온 저자 유명선의 예술관을 만나볼 수도 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6년 『문학나무』로 등단했다. 시화집으로 『바람의 길』(2003, 미술시대) 등이 있다.
화가로도 활동하면서 1999년 11월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서호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2002년 1월에는 수원시립미술전시관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제2회 개인전을, 2004년 2월에는 단성갤러리와 대구 예송갤러리에서 제3회 개인전을, 2007년에는 대구 KBS 방송총국 제1, 2전시실에서 제4회 개인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1월에는 경인미술관에서 제5회 개인전(「세상의 변방에서 말을 걸다」)을 한국문학평화포럼의 주관으로 열었다.
현재 춘천에 살면서 한국문학평화포럼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1 바람이 내 영혼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