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썼던 영어, 알고 보니 콩글리시?!
틀리고도 틀린 줄 모르는 우리말식 영어표현을 세심하게 바로잡아주는 책
32세 직장인 J씨는 장신에 체격이 좋은 영업맨이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영어회화학원에 다니는 그는 최근 수업 시간에 원어민 강사와 자신 있게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창피함을 느꼈다. 술 마신 다음날 새벽 수업시간에 “I''m in bad condition."이라고 했다가, 당신 정도면 훌륭한 체격 아니냐며 강사의 빈축을 사게 된 것. “컨디션이 안 좋다.”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직역했다가 원어민의 오해를 사게 된 경우다. (‘I''m in bad condition’은 몸매가 빈약하다, 너무 말랐다는 뜻)
중소기업의 40대 간부인 K씨 또한 거래처 직원인 미국인에게 식사 대접을 하면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식사 중 딱히 할 말이 없어, 나오는 음식마다 “Is it delicious?"라고 물어봤던 것. 급기야 미국인에게서 그럴 땐 delicious라고 하지 않는다는 설명까지 들어야 했다. ''delicious''는 의문문이나 부정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인데, 그야말로 우리식대로 영어를 했던 것.
최근 십여 년 동안 영어 열풍은 꺾일 줄 모르고 거세지고 있지만, 관심과 노력에 비해 쉬운 표현이라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어를 좀 한다하는 사람조차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창피함이나 굴욕을 느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말과 영어의 문화 차이, 의식 차이 때문. 가장 흔한 실수는 우리말을 단어 대 단어로 직역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famous''를 ''유명한’이라고 배웠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한테만 ‘famous''라는 말을 쓰지, 동네 맛집이라든가 사람이 아닌 대상에는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이건 한국에 태어나서 자랐다면 쉽게 터득할 수 없는 뉘앙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한계와 어려움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줄 책이 새로 나와서 눈길을 끈다. 한양대 경영대 이상빈 교수와 미국인 변호사 출신 Eve Schein 씨가 공저로 출간한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잉크)」라는 다소 엽기발랄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다. 초급자부터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중급자가 봐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쉽고 자주 쓰는 표현 중에 잘 틀리는 것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 놓았다. 너도나도 영어에 대한 열의만 고조되어 있는 이때에, 간단한 말 한 마디라도 제대로 알고 써서 국제적으로 창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책의 취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밝고 경쾌한 삽화와 쉬운 설명으로, 학습한다는 부담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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