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밤이 길어서 하루가 짧게 느껴질 때면 문득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싶다. 그럴 때마다 순천만 대대포구의 금빛으로 푸석거리는 갈대밭이 생각난다. 광활한 갈대숲에 몸을 숨긴 채 겨울철새를 엿보는 재미도 좋지만, 그것 말고도 그리운 것들이 많다. 와온포구의 핏빛보다 더 진한 낙조가 그렇다. 거무튀튀한 갯벌 위로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게 물든 햇살이 뻘 속으로 잠기면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핏빛 해거름에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방망이질을 친다.
갈대숲은 붉은 낙조가 스며들 때 가장 아름답지만 시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만이다. 연인이 풀숲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면 어느새 갈대가 두 사람을 폭 감싸안는다.
- p.201~202
10년 이상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1994년 『이코노미스트』를 마지막으로 여행 전문 작가가 되었다. 그동안 KBS, SBS, 교통방송, 『중앙일보』, 『조선일보』, 『일요신문』, 『퀸』, 『주부생활』, 『우먼센스』, 『여성조선』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기고했고,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이달의 가볼만한 곳’ 선정위원이자 여행작가협회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몸이 좋아하는 건강여행 1, 2』, 『서울근교 낭만 드라이브 완벽가이드 101선』, 『그래 떠나고 보는 거야』, 『서울 근교 여행 베스트 33』, 『7인 7색 여행이야기』, 『잊지못할 가족여행지 48』 등이 있다.
여행작가 생활 10년 만에 아름답고 감격적인 곳을 다 찾아보고 나서야 저자는, ‘여행은 나를 위해 재충전하는 것’이라는 여행 노하우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느 직장인들처럼 주중에 취재하고 주말에 쉬다가 홀연히 자기만을 위한 휴식 여행을 떠난다. 사진기는 물론, 일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잊고 머릿속을 백지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기본. 그러고 나서 새로운 곳의 공기를 마음으로 느끼고, 숲의 청신한 기운에 취하며, 길가에 피어난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보는 것으로 텅 빈 가슴을 채운다. 요즘에는 여행길에서 만난 맛있는 음식점과 멋진 카페를 알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