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것은 기체 같은 것이었다. 물질이라 할 수도 없는,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행복해 하는 어둠이었다. 보얀 김이었다가 겨우 보이는 까마득한 점이었다가, 빛도 어둠도 모르는 느낌세포로 존재하다가 차츰 원형이 되는 개체가 되었다. 그 첫 점에서 기억의 실마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완성을 기다리는 막연한 기다림, 어둠에서 눈을 갖고자 하는 본능의 발로, 그것은 하나의 알이었다. 생명에의 그리움으로 자전하는.
어느 날, 대폭발이 있었다. 우주에 떠돌던 작은 행성 하나가 휴식을 그리다가 일어난 빅뱅이었다. 정지된 자전과 타원을 공전하는 두 고독이 막연한 끌림으로 충돌하였던 것이다. 불이 번쩍거리고, 홍수가 나고, 굉음에 먼지가 혼돈하고,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금강의 방패를 뚫고 쏠려 들어왔다. 마치 뱀의 눈동자에 씨를 뿌려 바람을 부화시키는 부엉이같이, 샘이 솟아 둘이 하나 되는 달이 잉태되었다. 해자를 두르고 식품과 언행을 금기하면서 산소를 수유하였다. 수많은 변신을 숙성하면서 어쩌다 우주의 음파를 수신하였다. 그것은 알 수 없는 호기심이었다.
수필가
<개천문학> 신인상 수상(2002년), <월간문학>(2004년), <계간수필>(2004) 등단.
한국문인협회, 대표에세이, 계수회, 경남문협, 진주수필문학 회원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