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과 증여, 모자람과 넘침, 동참과 방관, 순수와 불순 등 바보 이랑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의 정체를 묻다!
소설 속에서 조이랑은 정신 지체 상태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를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집단에 대한 계속적인‘증여’로서 속죄의식을 치르게 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며, 그의 비극적인 운명은 딸 승이와, 승이의 아들 봉두에 이르러서도 계속된다.
여섯 개의 시선으로 써진 이 연작장편소설은 첫장 봉두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조이랑의 사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매혹적인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각 장마다 시점이 바뀌면서 동일 인물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게 인물의 성격을 입체화함으로서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그렇게 나뉜 여섯 개의 거울이 주요 인물인 조이랑을 비추게 하여,『바보 이랑』이라는 전체를 이루게 했다.
또 각 장은 독립적이지만 다음 장을 위해 결말이 열려 있으며, 시간의 순서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해체되고 분열된 주체의 거울들은 죄의식과 증여, 모자람과 넘침, 동참과 방관, 순수와 불순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조이랑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흩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방목된 말처럼 도시 뒷골목을 휘젓고 다니다가 영문도 모른 채 예안리 윳개 마을로 끌려온 어린 봉두는 흥미진진한 사건에 정신없이 휘말리지만, 예안리를 떠나 서울에 돌아가서도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근친상간의 죄의식으로 고향을 떠났다가 근친 본능에 이끌려 예안리로 온 승이는 참람한 고통의 근원을 피해 서둘러 떠난다. 또 소각장 반대 운동의 실제 구심점인 대책위원장 응규는 사회운동의 좌절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나 사안의 고비마다 개입하는 조이랑으로 인해 다시 절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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