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버지 엄시헌이 한적한 국도에서 교통사고 뺑소니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엄종세는 다 먹은 밥상을 치우는 기분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경북 김천으로 향한다. 엄종세의 가족은 남강이 보이는 경상남도의 산골마을에서 살다가 뇌성마비에 정신지체, 자폐, 간질을 앓는 큰아들 엄종석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로 이사 왔다. 사내가 제일 참기 어려운 고통은 처자식들이 굶는 걸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엄시헌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병든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철공소, 난전 좌판, 신발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공사판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다 엄시헌은 집에 들르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언제부터인가 거의 집에 들르지 않게 된다.
엄종세는 어릴 때 어머니의 말을 받들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으나, 어른이 된 후로는 일 년에 한두 번 아버지를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박 형사는 아버지가 최근 두 달간 핸드폰으로 엄종세에게 일곱 번이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하던 공사장 함바집에 들른 엄종세는 가게 안의 금고를 보다가 아버지가 가끔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일구삼공오삼팔, 맞지?” 하던 것이 떠올라 그 숫자를 눌러 금고를 연다. 그 안에는 엄종세가 보낸 편지들과 아버지의 일기, 거액이 들어 있는 예금통장과 약 4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증서 등이 있었다. 마침 엄종세가 금고를 여는 것을 뒤에서 본 박 형사는 법정상속인이기도 한 그를 의심한다. 엄종세는 직장에서 해고된 후 6개월째 퇴직금을 월급처럼 까먹으며 실직 사실을 집에 숨겨온 터라 박 형사는 처음부터 그를 주요 용의자로 보고 아버지가 사망하던 날 알리바이를 대라는 둥, 아버지와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그가 어떻게 금고 비밀번호를 알았는지 추궁하듯 물어본다.
한편 엄종세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제방공사장에서 아버지를 만나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온 장기풍에게서 그간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되는데…….
10년 넘게 신문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400년 전 무덤에서 나온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장편소설 『능소화』(2006)를 썼다. 임진왜란 당시 순천 왜교성에 주둔했던 일본군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마지막 1년’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도모유키』(2005)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의 창사기념 잔칫날 하루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게임」(2001)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았다. 중,단편으로 『골드러시』,『돼지』등을 저술하였다.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