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바라본 회사, 신입사원의 이유 있는 항변
“직장은 무조건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라는 걸 몰라?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게임의 법칙을 따르는 사람이 장땡이지!”, “하긴”, “자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자기 앞가림이나 하자고.”
입사 동기인 진국의 이메일 사표 소식에 휴게실은 신입사원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영악하게, 아니 자아를 다치지 않기 위해 상황을 정리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등병이 가장 병장스러운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과 흡사하다. 가장 ‘어리버리’한 나도 신속하게 책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면서 팀장의 소나기성 잔소리가 한바탕 지나간 뒤 혼자서 생각할 10분의 여유가 주어지자 되뇐다.
“회사는 나에게 월급 이외에 뭘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줘야 할까, 그걸 얻기 위해 난 뭘 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정규직 신입사원들을 항변하게 된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우여곡절 끝에 취직에 성공, 부러움과 시기 속에 살고 있지만 세대갈등, 직급갈등, 남녀갈등의 강도는 백조나 백수가 겪는 고통에 못지않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증상을 신입사원 사춘기에 비유하는 것은 현실과 공존하고자 하는 묘한 의지의 표현이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혁명에 나서는 것도 인간이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회사라는 틀에 맞춰가려 노력하는 모습도 혁명가만큼이나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성적의 입사 동기가 가장 먼저 사표를 쓰고, 눈치와 비논리의 복합체였던 상사가 명예퇴직하는 것을 보며 ‘나’는 서서히 회사형 인간으로 DNA가 변해 간다. 떠난 자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겠지만 남은 자의 고민은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에 끼어 마모되는 것은 자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나하나 체험하고 생각하고 정리해나간다. 그 과정도 호기로운 사표만큼이나 소중하다고 믿으며…….
X세대라 일컫던 중고등학교 때 배용준, 김지호가 출연한 청춘 드라마 「사랑의 인사」를 보며 캠퍼스의 낭만을 제멋대로 꿈꿨다. 하지만 실제로는 천문학적 등록금을 성실 납부하기 위해 알바로 가득 찬 노동의 새벽을 이겨내야만 했다. 학점만 잘 받아 취업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으나 어학연수를 안 다녀와서 그런지 평점 4점 살짝 넘는 성적표로도 ‘88만원 세대’의 저주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 2005년, 취업난에 시달리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잃어버린 스무 살의 열정을 찾아 유럽으로 64일 간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유럽을 달리며 ""성공이란 목적지를 향해 꾸준하게 페달을 밟는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진리를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자전거 여행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돌아온 후 `글을 통해 나와 세상을 표현하는 일`이 자신을 가장 열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느끼고 『바이시클 다이어리』를 썼으며, 이 책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동년배 독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군 이래 사상 최고의 스펙 쌓기 열풍에 한참을 시달린 후 어렵사리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막상 직장인이 되자 기존 386세대와는 가치관이 너무 달라 여기 저기 까이고 치였다. ‘무차별적인 일’과 ‘말 안 통하는 상사’ 그리고 ‘시트콤 같은 회사 생활’에 짓눌리며 신입사원 사춘기를 힘겹게 보냈다. 그 힘든 터널을 직장 5년차가 되어서야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 같다. 『서른살, 회사를 말하다』는 자신과 똑같은 제2의 사춘기로 힘겹게 방황하는 많은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 되길 바라며 온몸으로 ‘주경야서(晝耕夜書)’ 했다.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