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대문호’ 톨스토이의 문학으로 들여다보는
‘세기의 현자’ 톨스토이의 인생론
내년 2010년 11월이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이를 위해 대대적인 톨스토이 기념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기에 맞추어 톨스토이 전집 및 관련 도서들이 기획, 출판되고 있다. 우리는 왜 톨스토이를 읽어야 할까? 그 이유를 이 거장의 방대한 신화에만 기대기에는 어딘지 석연치 않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톨스토이를 통해 지금 시대에도 주효하고 실용적인 뭔가를 얻고 싶어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로 고전 명작을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저자는, 이번에는 톨스토이의 드넓은 문학 세계와 인생론으로 초대한다. 톨스토이는 당대에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했지만, 지금도 그의 문학을 사랑하든 아니든, 그의 인생론에 긍정하든 아니든 그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문학’ 선정시 언제나 처음으로 언급되는 그의 이름을 접하다 보면 어떻게든 그를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자리한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은 몹시 길고 방대하다. 모두 90권이나 되는 톨스토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90권을 읽는 대신 소설 한 권으로 톨스토이의 모든 것을 꿰뚫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안나 카레니나』다.
톨스토이는 중년의 위기를 겪은 후 ‘회심’을 계기로 ‘위대한 대문호’에서 ‘세기의 현자’로 거듭나게 되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그의 이런 인생의 전환기를 예고하는 작품으로서 사랑, 결혼, 종교, 윤리, 예술, 죽음, 인생에 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인류 최고의 문학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문학작품들과 인생 지침서들, 그리고 모순적인 생애를 넘나들면서 그의 문학으로 인생론까지 들여다보고 21세기에도 유효한 거장의 충고를 걸러낸다.
삶의 문제로 확장되는 안나의 나쁜 사랑,
톨스토이는 왜 안나 카레니나를 죽였을까?
저자는 ‘톨스토이는 왜 안나 카레니나를 죽였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와 인생론을 한꺼번에 들여다보기 위한 첫번째 열쇠다. 『안나 카레니나』는 허위로 가득 찬 사교계의 희생물인 비련의 주인공들, 안나와 브론스키의 로맨틱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는 소설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즉 바른 삶, 도덕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다.
안나가 남편도 자식도 다 버리고 젊은 사내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 ‘불륜’을 저지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토록 끔찍하게 죽일 것까지야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톨스토이에게 안나의 나쁜 사랑은 그저 사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나쁜 생각, 나쁜 결혼, 나쁜 공간, 나쁜 예술, 나쁜 음식 등과 엮이면서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른다. 톨스토이는 안나의 죽음을 통해 상류층의 모든 것, 요컨대 그들의 사고방식과 습관과 생활 태도, 사랑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심지어 예술관과 음식까지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해답으로 이어지고 그는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집필을 마친 이후 톨스토이는 실제로 그가 소설 속에서 비판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톨스토이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고,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고,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고,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고,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고,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이런 톨스토이의 고통스러운 모순이 남겨준, 시대를 초월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진리에 이르는 길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러시아 시의 리듬』, 『러시아 현대 시학』, 『러시아 정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뇌를 훔친 소설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리들』, 『뿌쉬낀 문학작품집』, 『벌거벗은 해』, 『광기의 에메랄드』,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등 여러 권이 있으며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번역에 참여했다.
2000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뿌쉬낀메달을 받았으며 제 40회 백상출판번역상을 수상했다.
프롤로그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