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색한 애플은 칭찬받고, 기부하는 대기업은 욕을 먹는가?
-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고, 사회 공헌을 혁신하라!
한국자본주의,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창조하라
한국 대기업은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서 대표선수로 활동해 왔고, 고속 성장기에는 분배와 투자, 인력 양성의 선순환을 주도했다. 그러나 경제가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선순환의 고리는 끊어지고 승자독식이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하청기업을 쥐어짜서 이익을 키우는 한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대기업은 창업주 세대가 가졌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재생타이어 같은 중소기업이 하던 영역과 분식점 같은 골목 상권까지 침범한 상태다. 대기업 2,3세가 차린 기업들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손쉽게 이득을 챙기고, 오너들은 경영권을 상속하기 위해서 갖은 편법을 동원한다.
대기업 봐주기, 더는 용납될 수 없어
대기업은 무조건적인 ‘실적 달성’과 ‘오너십 지키기’로 국민 정서가 악화되면, 오너의 기부 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으로 무마하려 해왔다. 정부 역시 ‘경영권 안정’이나 ‘기업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의 독선과 이기주의를 묵과하기도 했다. 정부와 재계가 함께 벌인 무책임한 행동은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만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빈부격차 확대와 신빈곤층 양산 등 사회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자본주의 4.0’으로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4.0에서는 대기업의 책임감과 사회적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대기업은 일회성 기부로 이미지를 꾸며내기 전에, 투자하는 사업이 공생의 생태계에 부합하는지, 직원들이 정당한 방식으로 실적을 내서 자본주의 원칙을 잘 지키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애플이 기부에 인색하면서도 비난을 피하는 것은, 적어도 자본주의 원칙은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하청 업체를 쥐어짜서 이익을 내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한국 대기업은 자본주의 원칙을 먼저 지킨 다음에 사회공헌을 생각해야 한다. 나아가서 사회공헌도 생산성을 따지고 운영하는 것은 애플이 못하는 일이다.
기업 4.0의 시작은 자본주의 원칙 지키기
자본주의 4.0 시대에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백화점이 입점 업체에게 수수료를 차등해서 받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입점업체 수에 한계가 있고, 매장 위치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플이 온라인상에 앱스토어를 운영해서 공간 제약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차등할 필요가 없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백화점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입점 업체에게 가짜 매출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다. 입점업체는 팔리지도 않은 상품의 수수료를 백화점에 물어야 한다. 이런 실적은 성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평가 기준을 단순한 계량 실적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이뤄낸 실적인지 따져보는 정예한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백화점을 예로 들면, 동일한 매출을 올렸어도 신생 브랜드를 발굴해서 실적을 올린 직원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
경남 진주 출생. 1995년 1월 조선일보에 입사해 산업부, 정치부, 사회정책부 등에서 일했으며 자동차, 중공업, 유통 등 다양한 업종과 정당, 정부 부처를 두루 담당했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를 마쳤고 2004년 미국 뉴욕대(NYU) 와그너(Wagner) 공공기관경영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서장 '모두가 행복한 자본주의'는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