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잡히지 않는 주제,
희부윰한 안개에 갇혀 있는 인물의 모습들,
마치 선문답처럼 다가오는 소설적 전언!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중「월운리 사람들」은 여러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수작秀作으로 손색이 없다. 남해의 작은 섬 유랑도의 마을 월운리에 연루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이 마을에 오래전부터 내려온 인어 이야기를 취재하러 간 잡지사 기자인 문호가 권 노인으로부터 마을의 인어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게 서사의 골격을 이룬다.
월운리는 ‘유령의 마을’로 변해버렸다. 인어를 관광사업용으로 특화시켜 해상테마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로 인해 마을의 다시마 양식장은 초토화되었고, 인위적 공사로 바다의 물길이 바뀌면서 월운리에는 바다 생물은 물론,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았던 사람들도 고향을 떠나 마치 “전란을 당한 피란민들처럼” “연일 탈출의 행렬이 이어졌다.”(87쪽) 개발로 인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휘말린 마을은 평화로운 공동체의 일상이 깨지고, 자본축적의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의 황폐함만이 마을을 가득 채운다. 말 그대로 “월운리에 엄청난 재앙이 몰려온 것이다.”(86쪽) 사정이 이러니, 권 노인은 “이건 수호신이 아니여, 악마여. 월운리 사람들을 몰아낸 악마.”(88쪽)라는 원한이 깃든 넋두리를 뱉어낼 뿐이다.
1964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2005년에 장편소설 「사람도 사는 마을」이 『문학과 의식』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2010년에는 인천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다. 현재 언어와 논술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릴 수 없는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