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에서 시작된 10년간의 아름다운 편지
많은 이들이 부산 구도심, 쇠락한 인쇄 골목을 떠날 때 시인 김수우는 지역서점이자 문화공간인 ‘백년어서원’을 열었다. 사하라 사막과 스페인 섬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그는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이 작은 공간에서 인문학의 책임을 고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쉼 없이 지역 시민들과 읽기와 쓰기, 다양한 공부 모임을 열었다.
백년어서원은 글쓰기공동체를 지향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계간지 [백년어]도 펴내고 있다. 이곳에서 청소년, 주부, 활동가, 철학자, 교수 등 수많은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인문적 성찰과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펼친다.
『나를 지켜준 편지』는 [백년어] 창간호(2009년 가을)부터 35호(2018년 가을)까지 부산의 50대 시인 김수우와 서울의 20대 청년 김민정이 주고받은 따뜻한 기록이다. 파도 같은 삶의 고비, 시대 문제, 지구 저편의 아이들, 책, 글쓰기, 용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통이기도 하다. 30년의 세대 차, 물리적 거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글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0년의 편지는 서로가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공저 : 김수우
부산 영도 산복도로 골목이 고향이다. 서부 아프리카의 사하라, 스페인 카나리아섬에서 10여 년을 머물다 귀국 후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붉은 사하라』 『몰락경전』 외 다수, 산문집 『참죽나무 서랍』 『쿠바, 춤추는 악어』 외 다수가 있다. 2009년 20여 년 만에 귀향한 부산 원도심에 지역서점이자 문화공간인 ‘백년어서원’을 열어 글쓰기공동체로 꾸려가고 있다. 이곳에서 너그러운 사람들과 종알종알 퐁당퐁당 지내며 공존하는 능력을 공부 중이다.
공저 : 김민정
장래희망으로 법관을 꿈꾸었지만, 법대 진학 후 두 번의 사법시험을 보고 깨끗하게 단념했다.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을 떠나 서울살이에 도전, 사람, 소통, 콘텐츠라는 키워드를 갖고 마케터로 일한다.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 일을 하면서도, 읽고 쓰며 사유하는 자아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독립출판물 『감동벽 기록증』을 펴냈다. 전공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만난 김수우 시인은 늘 곁에 있었으면 했던 ‘좋은 여자 어른’이었다. 서로의 안부와 고민을 나누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는 불안했던 청춘, 고단한 서울살이 속에서 나를 지켜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프롤로그
막막한 일상 속 등대를 찾는 신호
함께한 눈부신 10년
하나. 진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숫자를 좋아하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고뇌하는 일에 지치지 맙시다
불안정한 청춘의 일과 직업
모험가이자 여행가로 살아요
타인의 고통을 나누는 법
우리는 서로 물드는 존재
저만의 고유한 수식어를 찾고 있습니다
목적을 설정하지 마세요
둘. 씩씩하게 살아가는 시간
나만의 소리를 가진다는 것
울림이 만드는 무한한 힘
새로운 직장과 서툰 나
내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산다는 것
일상의 장소를 만드세요
터무니없는 집값 앞에서
욕망이 아닌, 꿈을 닮은 집
셋. 세상을 이해하는 시간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나이 든다는 건
사는 일에는 애틋함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우정이란 무엇일까요?
지금, 이 순간의 배려
암이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 환하게 지켜내길
세월호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우리에겐 슬픔이 부족합니다
위로의 어려움
말의 한계, 손의 가능성
넷. 좋은 어른을 고민하는 시간
우리다운 결혼식을 준비하며
사랑이라는 능력
있는 그대로의 기록
우리 안의 우주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한 위시리스트
나다움, 관대함, 용기
아기를 낳아야만 할까요
삶과 사랑을 이해하는 방식
다섯. 책으로 성장하는 시간
퇴사하고 독립출판에 도전합니다
책이라는 생명을 만드는 일
책을 내고 깨달은 한계
나를 넘어 타자를 향한 글쓰기
생산적 시간이 아닌, 창조적 시간을 가지려면
언제나 질문에 소홀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