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된 언어, 깔끔한 문장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근대의 풍경, 삶의 오묘한 통찰 ---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오미 산주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야시 후미코 등 일본의 근대 문학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살찌운 시인, 작가들의 빛나는 에세이 29편을 한데 모은 책이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서양문명을 흡수하면서 서양을 최우선으로 모방하던 일본 근대의 풍경이 정돈된 언어와 깔끔한 문장을 통해 흑백사진처럼 전해진다. 작가들은 변하는 세태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위트 있게 녹여내고, 사람이나 사물과의 인연을 말간 감성으로 그려내고, 아름다운 자연과의 교감을 서정적으로 채색한다. 그 속에는 삶의 오묘한 통찰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움직임 없이 움직이고 흐름 없이 흐르는 큰 강의 색깔은 …… 내 마음에 먼 여행을 떠났던 순례자가 마침내 고향 땅을 밟았을 때와 같은 쓸쓸함과 자유로움, 그리움을 불러온다. 강물이 있기에 비로소 나는 다시 순수한 본래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듯이. 그의 고백은 독자들은 저항 불능의 포로로 만들어 도쿄 스미다강으로 끌고 간다. 독자들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그저 아득해지는 그리움 속으로 빨려들어 팍팍한 현실과 맞서던 가슴을 해체하면 그뿐.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
소설가. 도쿄 출신. 제4차 ‘신사조’ 동인. 이지적이고 기교적인 작풍으로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단편 작가로 활약했는데, 자살로 삶을 마감해 쇼와 초기의 청춘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일본이나 중국 설화에서 소재를 취해 재해석한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사후 순문학을 심사하는 ‘아쿠타가와 상’이 제정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큰 강의 강물]은 1914년에 발표했는데, ‘큰 강’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도쿄의 스미다강을 가리킨다.
이토 사치오(伊藤左千夫, 1864~1913)
가인이자 소설가. 본명 고지로(幸次). 지바현 출신. 메이지법률학교(현 메이지대학) 중퇴. 마사오카 시키를 사사했으며, 네기시 단가 모임의 중심적 존재로 활동하며 나중에 잡지 《아시비》, 《아라라기》 등을 발간했다. 《만엽집》 스타일의 사생주의를 주장하며 많은 후배를 길러냈고, 사생주의를 소설로 옮긴 《들국화의 무덤》을 발표해 나쓰메 소세키의 절찬을 받았다. 여기에 수록된 [하구호]는 1907년에 발표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
소설가. 본명은 긴노스케(きんのすけ). 도쿄 출신. 대학시절에 마사오카 시키를 만나 하이쿠를 배웠다. 도쿄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로 일하다가 영국에 유학했다. 그 후 도쿄대학 교수로 영문학을 강의하면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해 인기를 얻었다. 지식인의 내면을 예리하게 묘사한 작품을 써서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마사오카 시키와는 동창생으로 만나 문학적, 인간적 영향을 주고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소세키라는 필명도 시키의 많은 필명 중 하나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키의 그림]은 1911년에 발표했다.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 1891~1934)
소설가이자 각본가, 영화감독. 오사카 출신. 와세다대학을 중퇴하고 막 창간한 《문예춘추》에 수많은 가십 기사를 실었다. 대중작가로 출발해 역사물을 중심으로 활약했는데 기행을 벌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대중문학 중 뛰어난 작품을 심사해 상을 주는 ‘나오키 상’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달콤한 그믐]은 1926년에 발표했다.
그 외 다수
하구호(河口湖) | 이토 사치오
시키의 그림 | 나쓰메 소세키
큰 강의 강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피아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참새를 탈환한 고양이 | 하야마 요시키
폭풍에 대한 향수 | 야마노구치 바쿠
종소리 | 나가이 가후
어머니의 사진 | 구보타 우쓰보
로댕을 만난 날 | 요사노 아키코
나와 술 | 와카야마 보쿠스이
테이블 위 | 시마무라 호우게츠
달콤한 그믐 | 나오키 산주고
새끼 고양이 | 데라다 도라히코
불에 쫓겨 | 오카모토 기도
코안경 | 사토 하루오
호오, 탁탁 | 기타하라 하쿠슈
꿈속의 아버지 | 다쓰노 유타카
작은 풍경 | 미야모토 유리코
부재중일 때 | 오리구치 노부오
추억 속의 도시 | 다니자키 준이치로
여름 모자 | 오기와라 사쿠타로
오랜 엉겅퀴 | 다카하마 교시
기이한 만남 | 아이즈 야이치
시원한 은신처 | 하야시 후미코
라무네 씨에 대해 | 사카구치 안고
밤이 짧은 계절 | 시마자키 도손
여름 | 나카하라 추야
초겨울의 하루 | 스스키다 규킨
계절이 바뀔 때마다 | 가타야마 히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