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이라는 말은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를 뜻한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커밍아웃’이 ‘벽장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말에서 유래한 데 기인해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벽장에 머물다 서른 살에 이르러 게이 커뮤니티에 ‘데뷔’한 저자는 게이로서 체험한 세상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심중을 가감 없이 고백한다. 도무지 “살맛이 나지” 않아서, “사회니 구조니 하는 덩치 큰 것들의 책임”이 “소수자 개인의 짐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슬프면서도 익숙해서 그는 글을 쓴다. 그렇게 5년 동안 써 내려간 글들 중 일부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살고자 발버둥 친 한 사람의 몸부림이자 차별금지법 없는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유별난 이야기다. 시인 황인찬은 “퀴어의 존재론적 들썩임”이라는 말로 이 책을 정의하며, “그 맞지 않음, 그 낯섦, 그 어색함, 그 부대낌이 애당초 우리 모두의 몸속 어딘가에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추천의 말을 보탰다.
저 : 김대현
한국현대사를 전공하는 역사연구자. 성적 지향의 문제로 오래 방황하다 서른 살에 게이 커뮤니티에 ‘데뷔’했고, 이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으며, 커밍아웃을 전제로 몇 번의 강연을 치렀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세상의 다양한 운동과 당사자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었다. 한국의 성 관련 지식·제도의 형성과, 그것과 연결된 성적 억압·낙인의 형태를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사랑의 조건을 묻다』(2015)가 있고, 공저로 『그런 남자는 없다』(2017), 『한뼘 한국사』(2018), 『원본 없는 판타지』(2020) 등이 있다. 논문 「정신의학자 한동세의 문화정신의학과 여성 및 비규범적 성애·성별 배제의 성격」 「1950~60년대 유흥업 현장과 유흥업소 종업원에 대한 낙인」과 기고문 「워커힐의 ‘베트콩’ 과 살롱의 ‘호스테스’, 무대 위의 디바」를 발표했다.
들어가며
1부 은둔 사이의 세상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오래된 피해
후레자식들
기대하지 않음
진짜 사나이가 본 [진짜 사나이]
앎의 공포
불가능한 게이
공감의 한계
게토의 생식
2부 세상 사이의 은둔
여성스러움의 낙인
어떤 120%의 인생-故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위험취약군
인생의 부작용
어느 감염인의 이야기-故 오준수의 유고
코로나 시대의 사랑
자가격리의 계보
음압병동의 귀신
명월관의 기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3부 다른 세상의 꿈
문빠 게이의 자긍심
이성애의 배신
사회성의 피안
오염된 슬픔
사적인 영역에 도달하기까지-수전 팔루디, 『다크룸』
강제적 동성애
슬픔 너머의 세상
근본 없는 즐거움
퀴어의 자손
나가며
주